사회 검찰·법원

해외로 기술 빼돌린 산업스파이…실형 선고는 10% 불과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2 16:17

수정 2024.01.02 16:32

2013~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1심 처리 사건 141건 무죄 52건·집행유예 44건…실형은 14건 불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7월 반도체 핵심 기술을 외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가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유출한 파일은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등 33개로 방대하다.

#.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 및 협력사 전 직원이 구속됐다. 이들은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긴 혐의다. 이들은 대가로 수백억원대 금품 수수와 함께 이직을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산업스파이' 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유출 범죄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엄벌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되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
2일 파이낸셜뉴스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2013~2022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188건에 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접수된 사건은 33건에 불과했지만, 2018~2022년에는 155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기술 유출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 10년간 산업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사건은 141건으로, 이중 실형 선고 비율은 9.9%(14건)에 불과했다. 반면 무죄 선고는 52건으로 36.9%에 달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도 44건으로 31.2% 수준이었다.

대법원, 양형기준 손질 나서
산업기술 유출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징역 15년 이하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 핵심기술이면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현재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처벌 구성 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벌금을 현행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징역이지만, 양형 기준은 1년~3년 6개월로 법정형보다 낮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양형기준을 3년 6개월~5년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시한 상태다.

실제 대법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손질에 나섰다. 양형 기준 강화에 대한 관계 기관의 요구가 많은 만큼 오는 4월까지 기준을 수정할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 범죄로 기업은 물론 국가가 입는 피해가 상당히 큰 반면 처벌은 관대한 편"이라며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양형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