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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의 혁신탐구] 인구감소 해법은 대학·노동규제 완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4 18:46

수정 2024.01.04 18:46

일류대학 정원 대폭 확대
노동규제도 크게 완화해
좋은 직장의 문호 넓혀야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감소 위기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의 합계출산율 0.7명이 계속될 경우 2040년 총인구가 4916만명으로 감소해 5000만명 선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2040년대부터 0.9%로 하락, 0%대에 고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인구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영아기에서 중고등기에 이르는 자녀양육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강화해도 효과가 없다. 다자녀가정에 대한 양육비, 주거비 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이런 지원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전적 지원만 제공한다고 자녀를 출산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아이를 갖고 양육하는 것을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고학력에 고임금의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자녀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답한다.

결국 출산기피의 원인은 자녀양육 주기에서 종착점인 대학과 직장에 관한 문제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교육 과정에서 사교육이 유행하고 교육비 부담이 큰 이유는 대학 입학경쟁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다.

외국의 언론은 우리나라 출산율 감소의 원인으로 '독특하고 잔혹한 학업경쟁 문화'를 지적한다. 입시생이 감소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많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일류대학의 입학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런 대학의 정원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늘리지 못한다. 제한된 정원을 놓고 수많은 학생이 경쟁하니 수능시험을 아무리 쉽게 출제해도 사교육 열풍은 사라지지 않는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청년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취업을 위해 몇 년 동안 노력하다 안 되면 취업을 포기하고 자발적 실업에 들어간다. 2023년도에 일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백수'가 4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녀 양육주기에서 마지막 단계인 대학과 일자리에서 잘 풀리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그 전 단계에만 초점을 두고 재정을 퍼부으니 출산기피 심리가 개선될 리 없다. 결국 저출산대책의 일차 해법은 일류대학 정원을 대폭 증원하여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것이다. 수도권 일류대학의 정원을 늘리면 지방 대학의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충적 제약을 해소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가령 지방 대학 간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글로컬 대학 프로그램을 확대해 서울의 대학과 지방의 대학이 통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서울 명문대학에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고 인재가 몰리는 서울대학교가 지방 국공립대학과 연계해 지방캠퍼스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차 해법은 노동규제도 대폭 완화해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서 좋은 직장의 문호를 넓히는 것이다. 대기업 입사경쟁률만 낮아져도 청년들의 좌절감은 많이 사라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자녀가 좋은 일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출산기피 심리도 대폭 해소될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 자녀양육을 기피하는 이유로 '양육비 부담'보다 '경력단절'을 꼽는다. 자녀양육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면 다시 이전 경력을 살려 재취업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노동규제가 완화되면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규제와 노동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정치적으로도 인기를 끌지 못할 정책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규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인구감소 추세를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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