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2금융

PF 유동성 위험 증가에 캐피탈사 신용등급 줄하향..."부실채권 매각·기업금융 축소해야"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7 14:45

수정 2024.01.07 14:45

오케이캐피탈·엠캐피탈·DB캐피탈 신용등급 모두 하향 조정
기업금융과 부동산PF비중 높은 하위 캐피탈사 둘러싼 우려 커져
오토금융 네트워크 부재·시장경쟁 극대화로 PF 시장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
부실채권 매각 통한 신용등급 상승 대안으로 언급
신용평가업·BNPL 등 신사업 통한 위기 극복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사진=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동산금융자산 건전성 저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이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하위 캐피탈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포함된 기업금융 자산비중을 축소하고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캐피탈사 신용등급 줄줄이 하향..하위 캐피탈사 PF 부실 '약한 고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PF 등 부동산금융자산 건전성저하, 유동성 및 고금리 부담 등의 이유로 오케이캐피탈·엠캐피탈·DB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은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엠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내려갔다. DB캐피탈의 신용등급도 'BBB0, 긍정적'에서 'BBB0,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들 캐피탈사는 기업금융 비중이 높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오케이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기업대출·부동산PF)은 전체의 70.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이 중 부동산PF 비중이 28.8%로 집계됐다. 소비자금융(신용대출 포함) 자산은 1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엠캐피탈의 경우에도 기업금융이 21.5%, 부동산PF가 16.3%를 차지한 반면 자동차금융 비중은 9.8%에 그쳤다. DB캐피탈도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영업자산의 92%를 기업금융이 차지했으며 부동산PF 비중이 20%를 기록했다.

이에 최근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하위 캐피탈사들이 업권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오케이캐피탈과 엠캐피탈, DB캐피탈의 지난해 3·4분기 말 연체채권 비율은 직전 분기에 비해 각각 0.93%p, 0.19%p, 0.52%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 역시 오케이캐피탈은 2537억원에서 2989억원, 엠캐피탈은 386억원에서 406억원, DB캐피탈은 153억원에서 165억원으로 모두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하위 캐피탈사들의 경우 기업금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의 경우 자동차 리스나 할부 쪽에서 수익을 얻었지만, 은행에서 오토론(자동차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본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들 역시 자동차 할부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자동차금융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됐다"며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기업금융과 그 하위 영역인 부동산PF에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카드사·상위 캐피탈사와 경쟁할 여건이 되지 않는 캐피탈사의 경우 PF대출 등 경기에 연동되는 고수익 위험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가치가 급락했을 때 유동성 위기가 도래해 부실화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부실채권 매각·기업금융 투자 축소해야"
하위 캐피탈사들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실채권 매각과 기업금융 투자 축소가 언급된다.

서 교수는 "캐피탈사들이 자산관리공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게 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아져 건전성이 좋아지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신용등급이 올라가 조달비용을 낮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금융과 PF대출에 대한 투자도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하나의 대안이다. PF 등 위험자산에 집중된 투자를 줄이고 신용평가업(CB)이나 선구매후결제(BNPL) 서비스 등 신사업에 투자해 상위 캐피탈사들처럼 안정적 사업 구조를 갖추라는 조언이다. 서 교수는 "(캐피탈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얻은 고객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거쳐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할부금융에 특화된 점을 살려 BNPL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부수업무에 대한 당국 인허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각 캐피탈사도 리스크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케이캐피탈 관계자는 "추가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선반영해 놓은 상태"라며 "예스자산대부 합병을 통해 선제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진행, 자기자본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DB캐피탈 관계자는 "철저한 자산 건전성 관리와 함께 비부동산 분야 운용자산 주력사업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DB캐피탈의 지난해 총 자산 중 부동산 운용자산(PF 포함)은 49%로, 이는 지난 2021년(63%), 2022년(62%)보다 낮아졌다.


금융당국도 "유동성 취약 캐피탈사에 대해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하고 있으며, A등급 이하 하위 캐피탈사들을 일대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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