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검사 직권남용 수사" 청산가리 막걸리사건의 재심 이유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5 13:50

수정 2024.01.05 14:48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 백모씨가 4일 오후 재심 결정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 백모씨가 4일 오후 재심 결정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2009년 전남 순천에서 일어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유죄 확정을 받은 부녀(父女)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11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지만, 재심 청구로 인해 현재 복역 중인 부녀의 형은 집행이 정지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02형사부는 전날 존속 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백모씨(73)와 백씨의 딸(39)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 마신 백씨 아내 최모씨를 포함한 2명을 살해했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씨 부녀는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아내 최씨가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 자백 진술의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선고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었으며 범행 내용 등에 대한 진술이 동일하다고 봐 부녀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형을 확정했다.

반면 부녀는 1심부터 자백 내용을 번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녀의 변호를 맡은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검사와 조사관이 강압 수사, 허위 수사로 지적 또는 사회능력이 낮은 가족들을 범인으로 만든 사건"이라며 검찰이 부녀를 상대로 진행한 조사 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이 정당하다며 유죄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사건 당시 마을 앞에 설치된 CCTV에는 2009년 7월 1일부터 사건 당일인 같은 달 5일까지 영상이 찍혀있는데, 공소장에 따르면 백씨는 2일 오후 6시 오후 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화물차를 타고 시장에서 막걸리 3병을 구입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당시 CCTV에는 화물차가 촬영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막걸리 구입'에 관해 새로 발견된 화물차 CCTV 경찰 증거와 이와 유기적으로 연관된 피고인의 진술, 이와 모순되는 검사의 피의자 심문 등을 종합해 평가하면 살인 등 부분은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검사가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거나, 피고인이 의도한 내용대로 진술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영향에 관한 보상을 설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며 "이런 신문방법은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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