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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격렬한 교전...가자 사태 번지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7 15:45

수정 2024.01.07 15:45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폭격에 보복 주장...이스라엘도 레바논 공습
네타냐후 "가자지구 전투, 목표 달성까지 멈춰선 안 돼"
미국-유럽,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자제 촉구...레바논 확전 막아야
5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상부 갈릴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전차가 트럭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상부 갈릴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전차가 트럭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포성이 점차 잦아드는 가운데 이스라엘 북부에서 전쟁의 불꽃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하마스를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붕괴를 늦추기 위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도발을 강화할 전망이나 주변국에서는 도발이 확전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교전 위험 수준
레바논에서 공식 군대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6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메론 지역의 항공관제시설에 6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아비빔, 알바야드, 알사마가, 모텔라, 미스카브 암 등의 여러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지난해 10월 7일 부터 하마스를 옹호하며 이스라엘 북부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공격이 최근 헤즈볼라의 도발 가운데 손에 꼽을만한 대규모였다고 평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대해 살레흐 알 아루리 살해에 대한 1차 보복이라고 밝혔다. 알 아루리는 하마스 정치국의 2인자인 부국장이며 하마스 전체 서열로 3위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서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다른 하마스 간부 6명과 함께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5일 발표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를 공격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6일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곧장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 공군은 국경에서 약 40km나 북쪽에 떨어져 있는 레바논 마을 쿠타리예 알 시야드를 공습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의 여러 소도시와 마을에 19차례의 공습과 포격을 가했다. 이날 국경지대에서는 5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에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레바논 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충돌 이후 레바논에서 사망한 사람은 207명이며 이 가운데 152명은 헤즈볼라 대원, 35명은 민간인이었다.

외신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하마스 편에 서서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치를 생각은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관심을 끌겠으나 하마스가 붕괴되기 직전까지 가능하면 전면전을 피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란다 슬림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싸움을 이어간다면,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하마스의 붕괴를 막기 위해 도발을 반복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이러한 상황을 지켜봤으며 이제 긴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태가 언제 분수령을 맞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21일 레바논 남부 아람타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21일 레바논 남부 아람타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서방, 이스라엘 강경론에 확전 우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 제거·인질 송환·가자지구 내부의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제거"라는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전투를 "멈춰선 안 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하마스가 어디에 있든 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기 전까지 모든 일을 제쳐두고 힘을 합쳐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납치했다고 알려졌으며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약 130명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의 공습 및 지상 작전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망자 숫자는 2만2000명을 넘겼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을 맡은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6일 발표에서 가자지구 북부의 하마스 지휘 체계를 해체했다며 앞으로 중부와 남부의 하마스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산발적인 전투나 로켓 발사를 감행할 수 있지만 주요 기반 시설을 잃은 만큼 추가로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하가리는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데 지름길은 없다"면서 "시간이 걸린다. 전투는 2024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이스라엘의 강경론과 확전 가능성에 난감한 상황이다. 5일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중동 순방에 나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분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북부 지역에서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 분쟁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6일 레바논을 방문해 확전 방지를 촉구했다. 그는 "레바논이 분쟁에 끌려가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도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역내 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를 통제할 수 없는 처지인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보렐과 회동에서 지역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레바논 남부에서 대규모 공습이 발생한다면 분쟁이 완전히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의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은 같은날 반다르 압바스에서 열린 해군 함정 공개행사에서 "오늘날 우리는 적과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6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가 압달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가 압달라 부 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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