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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서해서 포사격 위협하는 北, "국지도발 가능성 대비해야"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9 07:00

수정 2024.01.09 18:46

-北 더 이상 동족 아닌 적대적 교전국 언급...주민들 "당황스럽고 실망감"
-통일 기대가 크지는 않았어도 언젠가는 될 것 기대했는데 힘이빠져
-전원회의 보도 통해 앞으로 통일 없다 확신, 우리의 소원 통일이라더니
-인민경제 성과 선전, 주민들 체감은 전혀…"먹고사는 일 좀 편해졌으면"
-북한군 최근 사흘 연속 포사격 위협하면서 한반도 위기감 고조
-北 국지 도발 연계 복합도발 상정 가능성 커 '실전대응' 준비 중요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당 총비서.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해 12월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당 총비서.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해 말 열린 제8기 제9차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자 북한 주민들은 “마음속에 작게나마 있던 통일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출신 기자들이 주로 북한 내부 소식을 다루는 북한 전문 언론 데일리NK는 8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함경북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北 주민들 전원회의서 '통일 불가론' 나오자 낙심하기도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통일 불가론’을 명확히 하면서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다가 낙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에서 대남 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반 주민들은 몇십 년간 외쳐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를 언급하면서 “이제 와서 통일은 성사될 수 없는 일이라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북한 내 한 소식통은 “통일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어도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앞으로 통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감도 든다”고 전했다.

■경제적 성과 선전에도 실제 주민들의 경제 개선 체감 못해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부문별로 계획보다 많은 경제적 성과를 냈다고 선전했지만 실제 주민들이 경제적 개선을 전혀 체감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회의에선 “인민경제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개괄됐다”며 “알곡은 103%, 전력·석탄·질소비료는 100%, 수산물은 105% 증산을 이루는 등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고 보고했다.

북한 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계획보다 많은 알곡을 생산했다고 하지만 식량판매소에서는 알곡이 공급되지 않아 한 달 중 반 이상은 문이 닫혀 있다”며 “지난달부터 식량 가격도 오르기 시작해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산물이나 석탄도 실정은 마찬가지”라며 “1년에 한 번 명절에나 임연수 사다 맛보는 정도고 석탄도 1t당 30만원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당장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국가 정책 방향이 시장 물가가 안정화에 집중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서해 NLL 일대 사흘 연속 도발은 복합도발의 시작점

북한군의 5~7일 사흘 연속 포격 도발로 사실상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해상완충구역이 무력화돼 효력이 사라지게 됐다. 우리 군은 자체 계획에 따라 정상적인 해상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김여정은 전날 담화에서 지난 6일 포사격은 실제 포탄을 발사한 것이 아니라 발파용 폭약을 터뜨려 소리만 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발포와 포사격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일축하고 "심리전 등을 통해서 내부결속과 '남남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과거처럼 NLL 무실화 의도는 지속하되 '대사변' 즉 전면전(全面戰=Total war, General war) 측면에서 공략의 시작 포인트(Starting point)가 담겨있다고 전문가는 짚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서해 NLL을 대상으로 연일 포사격에 나서는 것은 과거 NLL 무실화를 노리고 가해온 도발 뿐 아니라 그 이상의 다른 성격도 내재된 전략적 노림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우선 김정은이 나서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그 여건조성을 위해서 공략할 장소로 접경지역을 선정한 것"이라며 "그 중 서해 NLL를 첫 번째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의 도발은 “대사변 준비”와 연계된 도발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해안포 사격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 센터장은 또 "해안포 도발은 9·19 군사합의 폐기를 가시화하는 정치적 도발인 동시에 국지적 도발이라는 전술적 성격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지도발, 핵도발, 첨단전력 도발이 연계된 복합도발도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느때 보다 '실전대응 준비'가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주지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병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5일 서북도서부대 K-9자주포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국방부 제공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병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5일 서북도서부대 K-9자주포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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