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아시아 'MZ 부자', 세계 수집품 경매 '큰손'으로 급부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6:17

수정 2024.01.08 16:17

젊은 2030 아시아 부자들, 세계 경매 시장 입찰 급증 각종 미술 및 수집품에 거액 지출, 韓, 中, 대만, 싱가포르 고객 늘어 무명 작가 및 온라인 경매 선호
지난해 10월 6일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미국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의 1982년작 "미래 과학 대 사람(Future Sciences Versus the Man)"이 전시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6일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미국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의 1982년작 "미래 과학 대 사람(Future Sciences Versus the Man)"이 전시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의 ‘MZ 부자’들이 미술품을 비롯한 고가의 경매품을 무더기로 사들이면서 국제 경매 시장의 새로운 핵심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젊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경매품을 사 모으는 사례가 늘었다.

아시아 'MZ 부자', 세계 경매 업계 '큰손'
미국 경제매체 CNBC는 7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미술 전시회인 아트 바젤과 스위스 UBS 은행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3 국제 수집품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아시아의 젊은 수집가들이 경매품 구입에 쓰는 돈이 늘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고액 순자산을 보유한 ‘밀레니얼(M) 세대(28~43세)’와 ‘Z 세대(12~27세)’가 지난해 상반기 미술품 및 골동품 구입에 쓴 금액의 중간값은 각각 5만9785달러(약 7867만원), 5만6000달러(약 7369만원)였다.
두 세대가 2022년을 통틀어 지출한 금액의 중간값은 각각 6만1820달러(약 8975만원), 6만5000달러(약 8554만원)였다. 2023년 지출액은 이미 상반기에 전년도 전체 금액에 육박했다.

이를 두고 영국 크리스티 경매소는 “아시아는 세계 크리스티 경매소의 M 세대 매출에서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가을 경매의 경우 가장 돈을 많이 쓴 M 세대 부자들은 중국 본토인들이었으며 홍콩인과 싱가포르인들이 뒤를 따랐다.

아트바젤·UBS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아시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중국인들의 경우 이들의 지출한 돈의 중간값은 24만1000달러(약 3억1715만원)였다. 2위는 3만8000달러의 싱가포르였고 3위는 대만(3만1000달러)이었다.

크리스티 경매소는 지난해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 가운데 40%가 M 세대였으며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 M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였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18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신규 고객의 65%가 Z 세대였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경매소 대변인은 “아시아의 M 세대 활동이 상당히 증가했다”며 한국과 대만의 구매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영국 경매소들도 마찬가지였다. 필립스 경매소 역시 2022년 기준으로 세계 매출의 34%가 아시아에서 나왔으며 아시아 고객의 40%가 M 세대였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거래소인 소더비도 지난해 상반기 세대별 입찰 비율에서 MZ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로 2018년(6%)에 비해 급증했다고 밝혔다.

무명 작가 선호, 온라인 경매 확산
아트바젤·UB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M 세대는 주로 조각품과 설치물, 사진, 영화 및 비디오 아트를 주로 사들였으며 Z 세대는 디지털 아트나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다국적 온라인 미술판매 사이트인 사치아트의 에린 레밍턴 판매·수집 국장은 “M 세대 수집가들은 조형 예술을 좋아하며 일부 젊은 고객들은 영적인 공간을 묘사한 초현질적인 풍경화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젊은 수집가들은 이미 알려진 작가의 작품보다 무명작가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미술 중개업체 아트시는 CNBC를 통해 18~36세 ‘젊은 고객’들의 64%가 신인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고객들은 약 43%만 신인 작가를 선호했다. 아트시에 따르면 젊은 고객 가운데 이미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원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보다 고령 고객의 선호도(23%)에 비해 매우 낮은 숫자다. 크리스티 경매소는 아시아의 M 세대 고객들이 고전 및 현대 아시아 미술품을 모은다며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찾으려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가을 경매에 참여한 신규 고객 가운데 중국 도자기나 그림, 예술품을 구입한 고객의 40%는 M 세대였다.

한편 경매 시장에서는 온라인 경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온라인 예술품 경매 규모가 지난해 97억2000만달러에서 2030년에는 177억6000만달러(약 23조3721억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티 경매소의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CNBC를 통해 미술 세계가 “디지털 세상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경매소의 전체 경매 가운데 온라인 경매 비중은 코로나19 창궐 직전의 2019년에 45%였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80%까지 증가했다. 벨린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수집가들이 온라인 경매로 4000만홍콩달러(약 67억원)까지 입찰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경매소에 따르면 Z 세대들은 특히 온라인 입찰 목록에 올라온 핸드백이나 시계, 그림들에 관심이 많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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