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트럼프가 당선되면?' 글로벌 전기차 업계 '눈치작전' 돌입 [FN 모빌리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6:46

수정 2024.01.08 20:42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린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는 모습. AP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린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는 모습.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북미 전기차 투자를 놓고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엔, 조 바이든 정권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빅 3'로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올해 CES에 불참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의 빅3는 일제히 전기차 관련 투자를 삭감했다. 테슬라도 직접 CES에 나서는 대신 삼성전자와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협력으로, 간접적으로 모습을 나타낼 예정이다.

전기차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북미 전기차 시장 선점 전략에 나선 현대자동차·기아, 전기차 지각생인 일본차 정도다.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북미 전기차 2호 공장(20억 달러 규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공장(1호, 2026년)에 이어 캐나다 공장을 추가, 북미 전기차 생산규모를 연간 10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혼다의 전기차 판매 목표인 200만대(2030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으로, 북미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혼다 역시도, '연내'로만 투자 확정시기를 상정할 뿐, 구체적인 시기는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판을 지켜 본 뒤, 투자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나, 전기차 시장 선두 전략이라기 보다는 만회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1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를 방문해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시승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1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를 방문해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시승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재선 리스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속도조절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어, 전기차 정책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으로 지탱돼온 만큼, 보조금 삭감 내지는 각종 세금 우대 정책이 폐지될 경우,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작업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미 지역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게 전기차 투자에 신중한 이유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도요타·닛산 등 일본 회사가 딜러에게 지급하는 전기차 판매 장려금이 2배 이상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자동차 딜러 매장의 배터리 구동 전기차 재고는 지난 1년 동안 2배 이상 늘어 지난달 초 114일분에 달했다. 사상 최고치다. 미 전역 약 4000명의 자동차 딜러로 구성된 '전기차 고객의 목소리'라는 단체는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약 7%에 불과한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절반 이상으로 올리라는 정부의 비현실적인 의무정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선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 내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흐름 자체는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나, 문제는 속도"라면서 "현대차도 중단기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당분간 하이브리드차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위축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에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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