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IB

"올 M&A 핵심은 구조조정… 크로스보더도 적극 나서야" [M&A 리더에게 듣는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8:03

수정 2024.01.09 14:11

(1) 박대준 삼일PwC 딜부문 대표
금융부문 구조조정 필요한 시기
'개점휴업' 사모펀드 정리도 시급
밸류에이션 갭 메우기 선행돼야
국내기업 해외 투자 늘릴 타이밍
동남아 주목… 美·유럽 자문 제공
2024년은 위기와 기회가 혼재된 시기다. 인수합병(M&A) 시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아진 배경이다. 국내 '빅4' 회계법인에서 M&A를 주도하는 리더들이 전망하는 올해 M&A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구조조정으로 지난해보다 딜이 많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대기업의 M&A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들은 "매도자와 원매자 간에 '밸류에이션 갭'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에 성패가 달렸다"고 지적한다.
<편집자주>

박대준 삼일PwC 딜부문 대표는 8일 "저축은행, 보험사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고, 캐피털사를 비롯한 금융부문도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삼일PwC 제공
박대준 삼일PwC 딜부문 대표는 8일 "저축은행, 보험사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고, 캐피털사를 비롯한 금융부문도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삼일PwC 제공

"저축은행, 보험사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캐피털을 포함해 금융부문 역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박대준 삼일PwC 딜부문 대표가 예상하는 2024년 인수합병(M&A) 시장의 판도 변화다. HMM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해도 딜(거래)로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크로스보더 M&A(국경 간 거래)는 국내 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재편·자원 재배치 수요 급증

박 대표는 8일 "재무적으로 버티지 못하는 곳은 딜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일부는 회생에 들어가거나 은행들의 채권단 관리로 가겠지만 선제적 사업조정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사업조정 관련 고민을 하고 있다. 금융,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자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23년 9월 기준 회생사건 접수건수는 2022년 말 대비 48% 증가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재편 및 자원재배치 수요가 많은 것으로 예상했다. 밸류에이션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M&A 등이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금융은 금융지주사의 확장 니즈에도 개별 산업으로 봤을 때는 산업 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매각이 거론된 곳이 5곳 이상이고, 증권사와 자산운용, 캐피털사 등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 간의 합종연횡도 점쳤다. 사모펀드 운용사 400여개 가운데 100여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매각가격이 긍정적이지 못한 시장인 만큼 포트폴리오 매각을 늦추고, 새로운 투자 없이 마이너리티(소수지분) 투자 1~2개로 버티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허다하다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합쳐지고, 중견급 사모펀드 운용사들끼리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EQT AB(EQT)가 베어링PEA와 합병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전했다.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원매자의 가격저항이 큰 만큼 매도자들이 지금의 가격을 고수하면 성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 이사진도 밸류에이션에 민감한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처럼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존의 추정가치 대비 30%는 할인돼야 '밸류에이션 갭'이 메워질 것이다. 다만 금리가 낮아진다면 밸류에이션 조정은 10%를 넘을 것"이라며 "최고재무책임자(CFO)들 사이에 '지나친 확장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올해 하반기 인수금융 금리가 1%p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딜 활성화를 위해선 밸류에이션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스보더 M&A가 돌파구

크로스보더 M&A도 돌파구로 꼽힌다. 중국에 투자하던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동남아, 일본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인도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리스크가 있지만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일본은 안정적이고 좋은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만큼 안정적이지도 않고, 하이리턴도 적다'는 인식이 해외 투자자에게 확산돼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국내 좋은 기업과 사업에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늘리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삼일PwC도 크로스보더 M&A 관련 자문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20여명에 달하는 크로스보더전문팀이 국내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돕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유럽, 미국 등에서 케미컬(화학)·소재 기업 인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유럽, 호주에 대한 자문 기회를 늘리고 있다. 삼양홀딩스가 미국 화학 소재기업 버든트를 33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삼일회계법인이 단순 실사를 넘어 인수자문에 성공한 사례다.

박 대표는 '전문성' 배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컨설팅부문 내에 딜을 위한 전략팀 '스트레티지 포 딜'을 신설했다. 그는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면 '고객이 훌륭해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M&A 업무를 모빌리티, 테크, 소비재산업, 금융 등 산업조직으로 바꿨다.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을 항상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M&A센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준비한다.
산업부문 인력을 다수 보유한 컨설팅 조직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