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박수받을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이 나오려면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8:04

수정 2024.01.08 18:04

이보미 경제부 차장
이보미 경제부 차장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6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합계출산율이 0.6명이면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가 0.6명이라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기준으로 출산율이 1.0명을 밑도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해를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 출산지원정책이 나왔다. 올해부터 주택 대출을 더 쉽게 해주고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보편화, 육아휴직 급여 상향 등의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모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아빠 육아휴직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후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곳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체인력이 부족해 육아휴직조차 쓰기 힘든 곳도 많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출산휴가를 쓰기까지 회사와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다 해도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갈 만한 어린이집을 찾기 힘들고, 어린이집을 찾았다고 해도 부모가 출근시간 때문에 등·하원을 맡을 수 없다면 조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 두돌 전까지는 잔병치레가 잦아 일하는 도중에 병원 가야 할 일도 종종 생긴다.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는 이미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육아휴직제, 육아기 단축근무, 유연근무제 등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하루 24시간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는다고 공언해도 기대감이 크지 않은 이유다.


지금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 등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정책도 좋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다른 정책이 빛을 볼 수 있을 게 아닌가. '비출산'을 선택하거나, 둘째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크다.


육아나 직장에서 공백이 생기면 양자택일이라는 벼랑에 몰려 강제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그다음 세대도 자신의 인생계획에 자녀를 포함시키지 않을까.

spr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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