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형제·자매'도 유전자 등록 가능... 62년 만에 헤어진 오빠 찾아줘 [잃어버린 가족찾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8:16

수정 2024.01.08 18:41

진명숙씨 등록 2년만에 재회 결실
지금까지 장기실종자 857명 찾아
법 개정으로 10년 이상 보관 가능
#.진명숙씨(69)는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두살 터울 오빠와 걷다 길을 잃어버렸다. 결국 가족을 찾지 못한 진씨는 인천 미추홀구의 보육원을 거쳐 충남의 한 수녀에게 입양됐다. 그 뒤 영영 오빠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진씨는 지난 2019년 11월 경찰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오빠도 등록해주길 바랐다. 2021년 3월 경찰청 실종가족센터는 "가족일 가능성이 있는 70세 남성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진씨와 남성은 친남매로 확인돼 62년 만에 상봉했다. 유전자 등록 후 다시 만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2024년은 실종 아이 찾기의 새로운 한 해다. 올해부터 실종 아동의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도 유전자 등록이 가능해져 가족을 보다 쉽게 찾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지나면 폐기됐던 유전자 정보도 장기보관이 가능하게 돼 장기실종 가족의 마지막 희망을 지킬 수 있게 됐다.

■2촌 이상도 유전자 등록 가능해져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전정보 분석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완료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경찰은 2004년부터 실종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분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총 4만1055건의 유전자를 채취해 857명의 장기실종자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1981년 수원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돼 독일로 입양됐던 아동(당시 4세)이 이 제도를 활용해 모자 관계를 확인, 42년 만인 지난해 3월 여주경찰서에서 모친과 상봉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유전정보 검색시스템은 1촌 관계인 부모·자녀만 유전자 등록·검색이 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또 시스템 노후화로 인해 검색 정확도와 보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고도화 작업을 통해 올해부터는 2촌 이상(형제·자매)도 실종아동 등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유전자 등록 및 검색이 가능해졌다.

■10년 지나도 유전자 보관

경찰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유전정보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해 최근 작업을 마무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전정보 분석 특성상 초기에는 일치건이 많지 않을 수 있으며 많은 데이터가 누적돼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회에서도 실종 가족을 찾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살려주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0일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현행법에서는 유전자 검사일부터 10년이 경과된 유전정보에 대해 검사대상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보존기간 연장 요청이 없을 경우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연장 요청이 없어도 유전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제도는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이라며 "유전정보 분석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경찰은 부모의 마음이 되어 단 한 명의 실종아동까지 끝까지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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