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손성진 칼럼

[손성진 칼럼] '사이버 수사청' 신설하라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8 18:25

수정 2024.01.08 18:25

강절도와 폭력 등은 감소
대신 온라인 범죄가 판쳐
서민들 피해는 되레 커져
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사기를 잘 당하는 사람의 특징이 있단다. 첫째, 욕심이 아주 많거나 둘째, 거절을 잘 하지 못하거나 셋째, 배포가 크면서 치밀하지 못한 사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이라면 하나 이상은 들어맞을 듯하다. 사기 전문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임채원 변호사가 쓴 '사기예방 솔루션'(박영사·2022)에 나온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사기범죄는 근년에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가 보여준다.
2018년 27만여건에서 2022년에는 32만5000건을 넘어섰다. 4년 만에 거의 20%나 증가했다. 이 기간에 강도는 821건에서 516건으로, 폭력은 28만7000여건에서 24만5000여건으로 줄었다. 흉포한 범죄는 오히려 감소하는데 지능범죄는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빌라 전세사기와 전청조 부녀의 사기행각이 온 나라를 뒤흔든 지난해였다. 특히 평생 한푼두푼 모은 전세자금을 날린 서민들의 피눈물 나는 심경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반의 반도 실감하지 못한다. 조직폭력과 마약이 사회를 분탕질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지만, 금전 피해를 동반하는 사기범죄의 해악은 그 몇 배 이상으로 크다.

두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소규모 사기는 주목받지 못한다. 그사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온라인 사기의 실상을 보면 매우 심각하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금융기관을 빙자한 대출, 주식 리딩방 광고, 인터넷 도박 등의 문자를 하루가 멀다고 보내는 사이버 범죄꾼들이 설쳐댄다.

디지털을 가까이할수록 우리는 쉽게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 대면사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비대면사기다. 상대방을 특정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확인하고 대응할 수단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지능화되니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기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과 경찰이 사이버 범죄 전담부서를 설치한 것은 수십년이 되어가지만, 범죄 대응력은 낮다고 본다.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크고 작은 사이버 범죄가 급증, 모든 사건을 끝까지 추적할 여건이 못되는 것 같다. 그러나 수백만원도 서민들에겐 작지 않은 피해다.

강도들도 이젠 인터넷을 배워 사기로 돌아섰다. 범죄 유형이 바뀌면 수사기관의 조직과 제도도 그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줄어드는 절도에 투입된 경찰을 늘어나는 사이버 수사로 돌려야 하는 것은 지당하다.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온라인은 등한시하고 느긋하게 순찰차로 돌아다니는 것은 현실 파악을 못해서다.

사이버 범죄의 대부분은 사기 범죄이고 그 반대도 같다. 세상과 범죄의 변화에 맞추어 '사이버 수사청' 신설을 논의할 때다. 온라인과 디지털을 악용한 사이버 범죄는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전문 수사인력을 늘리고 양성하며 지금부터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사기판과 다름없는 주식시장의 질서 잡기도 같은 맥락이다. 주가가 몇 년도 안 돼 이유도 없이 10배가 넘게 치솟는데도 일찍부터 주가조작의 의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은 금융당국은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주가조작범들과 한통속으로 놀아나는 공범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데도 코가 베인다. 이 지경이 되도록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게 방치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사이버 범죄, 사기 범죄의 피해자들이 대개 다급한 서민이나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똑똑한 사람들은 그래도 잘 피해 간다. 눈만 똑바로 뜨고 범죄를 경계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몫이다.
그 전에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민생 살피기의 첫 단계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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