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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금융으로 국부 늘리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9 18:01

수정 2024.01.09 18:01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우리나라 국제수지를 보면 우리가 해외에서 무역으로 번 돈보다 금융으로 번 돈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해외 증권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금융회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상품수지 흑자는 189억달러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투자소득수지는 296억달러 흑자로 상품수지 흑자보다 100억달러 이상 더 많았다. 이 중 배당소득이 220억달러, 이자소득이 76억달러 흑자였다.

우리가 무역보다는 금융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이유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가 구조적으로 흑자로 돌아선 데 있다.
한 나라 경제에 있어서 저축이 국내투자보다 많으면 그 나라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1997년 이전까지는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면서 국내투자율이 총저축률을 웃돌았다. 예를 들면 1990~1997년 투자율이 연평균 38.9%로 저축률 37.8%보다 1.1%p 높았고,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이 과잉투자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998년에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11개가 해체될 정도였다. 그 이후 기업의 투자가 합리화하면서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낮아졌다. 1998~2022년 연평균 총저축률이 34.8%로 국내투자율(31.6%)보다 3%p 이상 높았다. 그 결과가 경상수지 흑자였다. 1998년에서 2022년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1조386억달러였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가 금융계정을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나갔다. 즉 경상수지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투자하고 국민연금이나 금융회사들이 해외 증권에 투자한 것이다.

그래서 2000년부터는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으로 전환했다. 특히 해외 금융자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2018년부터는 우리가 순대외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되었다. 지난해 9월 말 대외금융자산이 2조2043억달러로 대외금융부채(1조4189억달러)보다 7854억달러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해외에서 이자와 배당을 받게 된 것이다. 이자소득 수지가 200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배당소득 수지마저 2019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외국인들이 우리 기업 주식을 많이 보유해서 배당을 주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옛말이 돼가고 있다.

누가 해외에 금융자산을 주로 투자하고 있는가.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9월 국민연금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983조원이다. 이 가운데 72조원을 해외 채권에, 295조원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자산 가운데 37%가 해외 증권에 투자된 셈이다. 특히 해외 주식투자 비중은 2010년 6.2%에서 2023년 9월에는 30.0%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해외 증권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돈의 출처는 경상수지, 더 좁게는 무역수지 흑자이다. 우리 국민(기업)이 땀 흘려 상품을 생산해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과 미국에서 벌어서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고 중동 국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쓰고 남은 돈이었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가 180억달러 적자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대미 무역흑자도 줄어들 것이다. 일본에서 소재를,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우리가 갈수록 무역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금융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이나 금융회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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