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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매국행위 기술유출 형량 대폭 높여 뿌리뽑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9 18:02

수정 2024.01.09 18:02

대법원 양형위 개최, 형량 상향 논의
미국처럼 미수죄도 강력 처벌해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형량을 높이는 논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장이 구속되는 등 기술유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형량을 높이는 논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장이 구속되는 등 기술유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8일 산업기술 유출범죄의 권고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3월 안에 새로운 양형기준을 의결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 사례를 분석하고, 법률의 적용과 해석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기구다. 전국적으로 들쑥날쑥한 판결의 통일성을 기하고 형량의 적정성을 논의한다.

기업이 힘들게 개발해 놓은 기술을 통째로 외국에 넘겨주는 짓은 매국행위와 다를 게 없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가벼운 형량을 선고해온 사법부의 이번 양형 논의는 만시지탄이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국익을 해치는 산업스파이 범죄에 대한 판결은 유난히 관대했다. 최근 7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판결 102건 가운데 유기형은 11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형벌의 경고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집행유예 선고가 대부분이다.

국외 기술유출을 다스리는 산업기술보호법의 규정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핵심기술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정해 놓은 양형기준은 징역 1년∼3년6개월에 불과하다. 권고사항이지만 판사들은 대체로 이 양형기준을 따른다.

가벼운 징역형 선고에 그치지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회수돼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 판결 이유다. 심지어 '영업비밀 유출자가 영업비밀 개발에 기여했다'는 점을 정상으로 참작하기도 했다. '기술을 개발했으니 기술을 유출해도 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사법부가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세상 물정을 모르듯이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려서다. 특히 경제범죄,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형량은 호된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일반 형사범의 처벌은 가혹하게 하면서도 변호사 비용을 많이 쓰는 화이트칼라 범죄에는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 사법부가 얼마나 유출범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법원은 기술유출 피고인에게 징역 15년8개월에서 최대 33년9개월까지 선고한다. 특히 우리처럼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정상을 참작해 주지 않고 '회사에 실제 끼치고자 의도한 피해액', 그러니까 실행됐을 경우의 피해로 형을 선고한다.

세계 각국이 전쟁을 치르듯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기술의 보안유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작은 저장장치 하나에 기술 전체를 담아 빼돌릴 수 있어 유출을 방지하기가 쉽지 않고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회는 기술유출을 현행 규정보다 더 엄히 다스리고자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 등 다른 나라들도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 마당에 있는 가벼운 처벌로 결과적으로 범죄를 부추기는 사법부의 판결 태도와 양형기준은 차제에 완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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