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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아닌 임원은 임차인 아냐, 계약갱신요구권도 없어" 대법 첫 판결 [서초카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0 06:00

수정 2024.01.10 06:00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직원' 정의 규정 없지만, 중소기업법은 '임원'과 '직원' 구분 사용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한 ‘직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보기 어렵고, 계약갱신요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동산매매·임대업체 A사가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B사는 A사로부터 2억원을 받고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

A사는 2019년 12월 서울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 1500만원에 B사에게 임대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은 그 달부터 2년으로, 아파트는 B사의 대표이사가 전입신고 후 거주용으로 사용했다.

분쟁은 계약 만료를 3개월여 앞두고 불거졌다. A사는 2021년 9월 B사에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표시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권리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B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자, 법원에 판단을 요청했다.


1심은 “B사가 임대차 갱신 요구를 하면서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기간이 2023년 12월로 갱신됐다”며 임차인인 B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직원’에 법인의 ‘대표이사 등 임원’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뒤집고 소송을 제기한 A사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B사 본점이 전북에 있어 서울의 사건 아파트와 거리가 먼 점, 월 임차료가 1500만원으로 고가인 점, 복지차원의 직원 숙소 용도가 아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B사는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B사는 이에 불복, 대법원을 찾았다. 따라서 쟁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직원’의 범위, 해당 계약이 ‘주거용 임차’에 포함되는지, 임원이 법에서 허용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가지는지가 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직원’의 의미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중소기업기본법과 시행령은 ‘임원’을 등기된 이사로 보면서 ‘임원’과 ‘직원’을 구분해 사용하는 만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원’ 역시 주식회사의 경우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은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관련 법령 문언과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 대항력을 갖췄다고 봐야 하지, B사의 대표이사는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이라고 볼 수 없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주거용 임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으면 충분할 뿐, 그 밖에 업무관련성, 임대료의 액수, 지리적 근접성 등 다른 사정을 고려할 것은 아니라고 원심의 설명 부분을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직원’ 및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라며 “중소기업인 법인이 그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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