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AI 성장 발목 잡는 플랫폼 규제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0 18:11

수정 2024.01.19 15:46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미래 성장 동력인 AI 패권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일찌감치 AI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의 기술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AI 같은 미래 산업 동력을 훼손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에 발의된 플랫폼 규제 법안을 대거 폐기하였으며, 중국은 바이두, 텐센트 등을 AI 혁신 플랫폼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 반대로, 자국 플랫폼 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은 규모가 큰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규제를 시행하고 입증책임을 부과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혁신이 제한돼 우리나라 기술 및 산업 경쟁력에 족쇄가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토종 플랫폼 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우리나라 AI 발전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자승자박’이 될까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를 인식해 공정위는 해외 기업도 규제 대상으로 두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산업부를 통해 의견서를 전달해 통상 마찰 가능성을 내비쳤고, 지난 2021년 통과된 인앱결제 규제법도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통과되면 국내 플랫폼 기업에만 적용돼 해외 기업들에게 국내 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초거대 AI 시대에 해외 기술에 종속되어 국익과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여 유효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일찍이 자체 OS(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앱마켓을 구축해 앱 생태계를 장악했다. 이후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앱 개발사로 하여금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로 이용하게 하고 수수료를 취득하는 정책을 세웠고, 이로 인해 앱 개발사와 소비자의 부담만 커졌다. AI 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국내 AI 생태계 자생력 확보가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진행한 생성형 AI 생태계 연구에서는 생태계 내 다양한 플레이어 중에서도 AI 앱마켓, 초거대 AI 모델,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AI 플랫폼의 플랫폼(AI 플랫폼 스퀘어드)’ 부문을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오픈AI는 사용자가 직접 만든 GPT를 올려 사고 팔 수 있는 ‘GPT스토어’ 출시를 발표했다. AI 시대의 앱마켓인 셈인데, 오픈AI가 이를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AI 선도국들은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만 플랫폼 규제에 발목 잡혀 도태되면 결국 앱 시장처럼 해외 플랫폼과 기술에 종속되는 일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앱마켓을 이용해야 하는 스타트업과 이용자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았던 것처럼, AI 종속의 피해는 결국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타트업과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지금은 규제로 AI 성장 동력을 억누르기 보다 해외 빅테크와 경쟁하는 국내 AI 플랫폼 스퀘어드 기업들을 지원하여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팔을 걷어야 할 시점이다. AI의 시대에 데이터는 석유와 같은 귀중한 자원이고 플랫폼 생태계는 유전지대다.
균형이 결여된 규제 때문에 우리의 유전이 제대로된 경쟁도 없이 해외에 종속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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