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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용률 최고보다 나빠진 청년고용에 주목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0 18:22

수정 2024.01.10 18:22

15세 이상 고용 62.6% 최고 경신
전 연령 중 청년층 고용률만 하락
통계청 2023년 12월 고용동향으로 본 경제활동인구 구조 사진=뉴시스
통계청 2023년 12월 고용동향으로 본 경제활동인구 구조 사진=뉴시스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이 62.6%로 전년보다 0.5%p 올라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10일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0.7%p 상승한 69.2%로 역대 최고치였다. 실업자는 78만7000명으로 4만6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0.2%p 하락, 2.7%로 비교적 양호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체감과는 분명히 괴리가 있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호황기라면 모르되 생활고로 인한 자살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현실에서 이 정도로 고용상황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을 국민이 대부분일 것으로 본다.

정부 발표를 봐도 고용의 질이 좋지는 않다.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는데 거의 절반이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숙박과 음식점업에서도 11만4000명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30만3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비교적 저임금인 업종에 취업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만3000명 줄었고, 도·소매업에서도 3만7000명 감소했다. 건설업도 9000명 감소했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사정이 나쁘고 자영업 업황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연령별로 볼 때 60세 이상은 36만6000명 늘었는데 청년층(15∼29세)에서는 9만8000명 감소한 것은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노인 빈곤으로 60세 넘는 고령자들이 어쩔 수 없이 취업전선에 나서거나 정부의 노인 일자리 취업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수명이 늘어나 노년층 취업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내실 있는 고용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 막 학업을 마친 젊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그냥 쉬거나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청년인구 감소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고용률로 따져도 청년층은 0.1%p 떨어진 46.5%로 전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청년층 고용은 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도 인구 감소가 취업자 수의 절대적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계청은 고용 통계에 인구 증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고용관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통계의 착시를 최소화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청년층과 제조업의 취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의 취업상황이 좋지 않은데 수십년 만의 최고치라고 위안을 삼거나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

청년 취업도 불황을 비켜갈 수는 없지만 정부나 기업은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물론 경제난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청년 실업자가 누적되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취업난은 결혼과 출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은 저출산을 가속화할 것이다. 취업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어렵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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