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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안미경미(安美經美)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1 18:08

수정 2024.01.24 08:49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안미경중(安美經中) 시대가 저물고 안미경미 시대가 왔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닌 이 모두를 미국과 협력해야 하는 시대를 말한다. 안미경미 시대는 역사가 길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경제를 거쳐 1960년대 미국으로 본격적인 수출이 이루어지면서 시작됐다. 2003~2004년 안미경중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미국은 한국의 제1 수출국이었다.

안미경중 시대는 미국 때문에 열렸다.
냉전 시절, 소련 견제를 위해 미국은 같은 공산국가이지만 국경분쟁 중이었던 중국을 이용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도와 중국을 자유진영 시장에 편입시켰다. 그러자 중국의 수출이 폭발했다. 당시 기술이 빈약했던 중국은 한국을 파트너로 삼았다. 자연스럽게 한국이 중국 특수를 누리며 안미경중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 이해를 기점으로 중국 수출은 점차 줄고 미국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마침내 2023년 12월, 중국과 미국 수출이 역전되었다. 2024년은 안미경미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해가 될 것이다.

이 역시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 덕으로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도 위협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대중국 무역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정부는 첨단기술을 중국에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한 유럽도 미국을 따랐다. 이 일과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기위축이 겹치자 중국의 수출이 급격히 무너졌다. 덩달아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급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을 따라잡으면서 그동안 수입했던 한국 중간재상품 수입을 줄인 것도 이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자 첨단기술로 재무장한 한국에 기회가 왔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안미경미 시대다. 이 시대에서는 국가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첫째,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칼자루를 쥐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줄타기 정책은 한국을 심히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과거와 달리 한국은 첨단기술과 무기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글로벌 파트너가 되어서다.

둘째, 한국이 중국에 아쉬워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 중국은 거대시장을 무기로 그동안 한국을 위협했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에 미국의 견제를 완충해줄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중국의 한국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발언이 과거의 협박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소재로 위협하고 있지만 대체공급망 확보와 기술개발에 한국이 사활을 걸면 불리한 것은 중국이다. 특히 한국은 첨단 반도체에서 중국에 대해 강력한 칼자루를 쥐었다.

셋째, 러시아도 한국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러 전쟁으로 한국에 이빨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이 끝나면 태도가 바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러시아가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며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임을 잘 알고 있다. 일본도 예전처럼 한국을 괴롭히기 어렵다. 경제적 활력을 잃은 지 오래고, 미래 생존에 필요한 반도체·2차전지·디지털 기술에서 밀려서다. 이 모두를 가진 한국이 자신들에게 중요함을 일본도 깨닫고 있다.

안미경미 시대는 4대 강국에 싸여 운신의 폭이 없었던 과거의 한국이 아닌, 새로운 한국의 탄생을 예고한다.
굴종적 의미로서 미국과의 협력이 아닌 기술과 안보 파트너로서의 협력은 한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설정이 유리해져 한반도의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쥘 수도 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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