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8>가명정보 제대로 활용하기[정세진 변호사의 알쓸데이터법]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3 10:00

수정 2024.01.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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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국가 중 하나이다. 국가별 개인정보 규제강도를 나타낸 자료들을 살펴보면 매번 규제가 심한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개인정보의 활용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정보의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사생활 비밀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개인정보의 보호만을 강조하는 것은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다양한 새로운 산업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재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

가명정보란?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개인정보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가명정보'이다.


가명정보는 2020년 8월 5일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도입되었는데,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정보를 의미하며, 이러한 정보는 동의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면, '성명/성별/생년월일'로 구성된 정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보항목 중 성명, 생년월일을 통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으므로 전체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 정보를 정OO/남성/40대와 같이 처리한다면 새로운 추가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한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정보를 가명정보라고 한다. 즉 해당 정보만 가지고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으므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적다고 보아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명정보 활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그렇다면 실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가명화하여 활용하고자 할 시 어떠한 점에 주의하여야 할까?
첫째,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흔히 가명정보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므로 제한없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에서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만 동의없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가명정보라고 하더라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고 활용하여야 한다.

둘째, 가명처리 절차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법이나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위험성 검토, 적정성 검토 등 가명처리시 지켜야 하는 절차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 임의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든 후 동의없이 이용한다면 제대로 처리된 가명정보가 아니라고 보아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가명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원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활용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에 대해 가명처리하는 행위를 정지시켜 달라고 요구한 사건에서 “가명정보의 활용이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현저하게 제한하고 있는 이상,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정지 요구권 행사가 정보주체가 가명정보에 대해 가지는 유일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가명처리 정지 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다만, 항소심 판결이므로 상고심에서 판결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정보의 주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대해 “자신의 정보는 가명처리해서 활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면 회사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회사는 가명처리를 정지해달라고 요청한 고객의 개인정보는 제외한 후 가명정보를 만들어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가명정보는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인정한 개념이다. 따라서 가명정보를 만들어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가명처리 절차, 가명정보의 활용 모두 일정한 제한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소개]
정세진 율촌 변호사(43·변호사시험 3회)는 핀테크·데이터 전문 변호사다. 카드3사 유출사건 등 주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건을 수행했으며, 빅데이터,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혁신금융서비스, AI, 가상자산, 토큰증권 등 핀테크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개발자 출신의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정 변호사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말이 잘 통하는 변호사'로 통한다. 전문분야인 디지털 금융의 기본 법률을 다룬 책 '디지털금융 기초 법률상식'을 지난해 10월 출간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한국금융연수원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인 정 변호사는 다양한 디지털 금융 관련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정세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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