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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축산업,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다시 도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4 19:39

수정 2024.01.14 19:39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600만t이다. 이 중 농축산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2%인 2100만t이며, 축산 분야의 배출량은 약 970만t으로 전체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축산이 기후변화 주범이라 하기에는 다소 서운할 법도 한 오명이다.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30년간 절반으로 감소한 반면 소고기 소비량은 3배 이상, 우유 소비량도 2배 증가했다. 경지면적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부문과 달리 축산부문은 소득 증가에 따른 축산물 소비량 증가에 맞춰 육류 생산량이 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가축은 소, 돼지, 닭 등 총 2억마리 정도다.
이 중 소는 380만마리로 2%에 불과하지만,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배출하고 있다. 소는 트림이나 방귀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정도가 21배나 높다. 또한 가축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310배 높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축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만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축산업의 지속을 통해 가축분뇨 자원화와 연료화 등이 가능하다. 소의 배설물이 토양의 질을 높여 토양의 탄소 저장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또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나 술 만들고 남은 찌꺼기 등 농식품 부산물은 가공해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데 축산농가가 농식품 부산물을 사료로 이용하지 않고 폐기물로 처리할 경우에는 연간 700만t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 축산업에선 온실가스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셈이다.

그런데 국민에게 맛있는 고기와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축산업은 왜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을까. 이는 그동안 우리 축산업이 국민에게 안정적 축산물 공급에 방점을 두고 생산량 증대와 같은 양적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와 가축 분뇨 등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해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고, 기후변화나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질병 등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재난적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축산업도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정부는 '축산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축산농가가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축산분뇨를 퇴비로 만들 때 교반시설을 활용하거나 퇴비화 외에 고형연료나 바이오 차(char) 등을 생산하는 데 활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가축에게 메탄저감제와 환경개선사료를 먹이면 소가 트림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줄어들고 분뇨 내 질소함량도 감소시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정보통신기술(ICT) 및 스마트 축사 도입, 가축개량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저탄소 영농활동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탄소중립 프로그램'과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확대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영농활동이 농업인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활동 이행에 따른 추가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또한 지난해 저탄소 인증 한우농가 71호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양돈·낙농까지 확대해 인증농가를 150호로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에 축산농가의 저탄소 가축사육 실천 노력이 더해져 축산업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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