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서울 아파트와 6억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4 19:39

수정 2024.01.14 19:39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30대 중반이 되니 학교 동창들은 세 갈래로 나뉜다. 결혼하고 애 생각 있는 친구, 딩크(맞벌이 무자녀)인 친구, 혼자 사는 친구. 생활은 달라졌지만 세 그룹 모두 부동산 기자인 내게 절박하게 묻는다. 지금 아파트를 사는 게 좋을지, 대출은 얼마나 가능할지. 특정 아파트를 딱 꼽는 건 조심스러워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 부동산 정책을 말한다. 세 그룹의 표정이 바뀐다. 애 생각 있는 친구만 환하다. 혼자 사는 친구는 혼자인 것도 서럽다며 웃어넘기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올해부터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통장 정책이 시작된다. 신혼부부와 청년 양쪽을 대변하는 정책의 출발이다. 다만 주택기준을 두고 차이가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산가구에 대해 주택구입 시 주택가액 9억원, 대출한도 5억원까지다. 소득에 따라 3.3% 금리 한도 내에서 5년간 적용한다. 청년주택드림통장은 분양가 6억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분양받으면 소득에 따라 금리 최저 2.2% 내 만기 최대 40년 대출이 가능하다.

두 제도를 설명하면 혼자인 친구들은 "결국 청년주택드림통장은 분양에만 사용한다"며 아쉬워한다. 분양가 6억원 이하인 점은 "결국 서울 아파트 청약은 못 넣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0억3481만원이다. 금리가 높고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친구들은 목돈이 부족해 내집 마련을 위해선 대출이 필수다. 지난해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주택 대상인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유지될 때 집을 샀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오는 29일 특례보금자리론은 종료될 예정이다.

물론 6억원 이하에도 많은 주택이 있다. 눈을 낮추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아파트 매입 큰손인 30대는 서울에서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분양가 기준은 수도권에 맞춰져 있다. 혼자인 친구들은 노후불안을 대비해 오히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을 고집한다. 한국은행이 가파른 초저출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집중도를 낮추고 집값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지만 향후 부동산 시세차익을 생각하면 가능할지 미지수다.

혼자인 친구들은 애 낳는 친구만 특례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돈 없으면 애를 안 낳는데 애를 낳을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있는 사람만 내집 마련을 도와준다고 성을 낸다.
허리세대의 연애관 결혼관, 삶의 방식은 갈수록 다양화되고 바뀌고 있다. 점점 삶의 모습은 세분화된다.
과거 혼인부부가 자녀를 가질 경우 허용되던 특례대출은 현재는 혼외자녀라도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지금의 정책 '포용력'은 얼마나 되는 걸까.

j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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