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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실리 외교로 대만 선거 후 정세변화에 대처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4 19:39

수정 2024.01.14 19:39

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 총통 당선
미중 갈등 격화, 우리도 영향받을 듯
13일 열린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그래픽=연합뉴스
13일 열린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지난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인식될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미중 패권다툼이 격화되고, 우리에게까지 여파가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미중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대만은 한국과 더불어 미국,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할 것이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본다.
중국의 압박은 우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크다.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이 대만과 힘을 합치면서 우리를 끌어들이면 중국이 우리를 곱게 볼 리 없다. 반대로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만의 리스크를 피해 우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어 반사이익을 볼 여지도 있다.

우리로서는 3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경도되는 외교전략은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미중 갈등에 대만까지 끼어들어 우리의 처신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국익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갈등의 소용돌이를 지혜로운 외교술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대만의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딱 그 정도가 좋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쪽을 자극하는 언사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미국처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면서 외교 관계가 없는 대만을 우리가 앞장서서 지지하고 중국을 비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인간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제 관계에서도 사리 판단은 분명해야 한다. 어느 쪽이라도 전쟁과 폭력까지 옹호할 수는 없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행사라든가, 대만해협 봉쇄와 같은 국제질서 파괴에는 당연히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극악무도한 행위가 아닌 이상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면서 실리외교를 구사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이나 미국 어느 한쪽을 무조건 따르고 추종하는 개인이 문제인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 다 맞지도 않는다. 북핵의 위협을 받는 우리를 대신해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일 수 있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나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할 수 있는 슬기가 요구된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지난해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지금까지는 다른 국가들처럼 우리도 중국에 기대어 성장을 누려왔지만 이제는 중국의 기술력, 실력도 크게 발전해 중국을 이기기 않고는 글로벌 무대의 주역이 될 수 없다.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미국만큼이나 중요하다.

당장 대만 선거가 미중 관계나 우리에게 매우 급박한 돌발변수는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제적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가자지구에 이어 홍해에서도 충돌과 공습사태가 발생하는 등 세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눈을 똑바로 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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