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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거래' 의혹에 세금 폭탄 맞은 회사…법원 "처분 취소"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5 11:49

수정 2024.01.15 11:49

"위장사업자인 줄 몰랐다"며 과세당국 상대 행정소송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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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위장 거래 의혹을 받은 회사에 내린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장거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거래처의 명의 위장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 회사가 서울 도봉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부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지난 2019년 B업체를 흡수합병했는데, 합병 전 B사의 부가세 신고가 문제가 됐다. B사는 2015년 휴대전화 충전기 거래 명목으로 한 업체로부터 공급가액 7억3200여만원의 세금계산서를 받아 부가세 확정신고를 했다.

또 B사는 2016년 휴대전화 거치대와 무선충전기 거래 명목으로 업체 2곳과 각각 5억1000만원, 4억5200만원 규모의 거래를 했다고 신고했다.


과세당국은 A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금계산서가 공급없이 받은 가공세금계산서, 즉 '위장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총 3억5000여만원의 부가세를 경정·고지했다. 이에 A사는 부가세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 측은 실제 휴대전화 충전기 및 거치대를 공급받고 대금을 지급한 뒤 세금계산서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가공거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설령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하더라도 공급업체의 명의 위장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본인들의 과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과세 당국은 실물 거래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급자는 다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거래업체들이 의류제조업, 합성수지제조업 등으로 등록돼 있는데, A사가 사업자등록증 등을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과실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법원은 위장거래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며 A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거래를 통해 매입한 휴대전화 충전기의 매출 내역이 존재하고, 매출·매입 내역의 휴대전화 충전기 사양이 일치한다"며 "원고가 판매한 휴대전화 충전기를 다른 업체로부터 매입했음을 확인할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세금계산서가 재화의 공급없이 받은 가공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위장거래'라는 점을 알면서도 부가가치세 등을 지급했다면 스스로 부가가치세를 이중 부담할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어서 사회 통념상 이례적이며, 원고가 업체들로부터 거래대금이나 부가가치세를 되돌려 받았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며 "원고는 거래 당시 공급자의 명의위장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에 대해 과실이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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