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사간 연체이력정보 공유 제한" 소액연체자 재기 돕는 '신용사면' 3월초 실시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5 15:47

수정 2024.01.15 17:19

신용사면으로 250만명 기준 평균 신용점수 39점 상승 예상
금융당국 "역차별 제한적"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업권 협회·중앙회, 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와 함께 서민 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업권 협회·중앙회, 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와 함께 서민 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을 하지 못해 390만원을 연체했다 최근 전액 상환한 50대 프리랜서 A씨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연체기록 때문에 금융회사들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연체기록이 사실상 삭제되는 이번 협약으로 신용점수가 오르는 A씨 등은 다른 금융사의 금리가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새마을금고 소상공인 창업자금 대출 400만원을 받은 30대 창업자 B씨는 연체 후 변제를 완료했지만, 연체정보가 등록으로 신용점수가 하락해 모든 카드가 정지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B씨는 최저신용점수 회복으로 다시 신용카드를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0만원 이하 연체를 한 개인·개인사업자가 오는 5월까지 이를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이 이르면 3월초부터 실시된다. 이를 통해 250만명 이상 연체자가 신용점수 상승으로 카드 발급, 추가 대출 등 일상적인 금융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들과 역차별 문제, 혹은 도덕적 해이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그럴 확률이 낮다는 입장이다.

장기연체는 원금 기준, 단기 연체는 CB사 내규 따라


1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 신용회복 연장선상으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1일 민·당·정·정책협의회에서 관련 뜻을 모으고 실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소액연체자 중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한 경우 연체 이력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자사 거래 고객의 연체 이력 정보는 삭제하지 않지만 신용평가 및 여신심사 등에 활용하더라도 금리·한도 등 대출조건에 불이익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명이 넘는다"며 "개인적인 사정 외 비정상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융회사가 신용정보원 또는 CB사에 연체했다고 등록한 금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고 △이를 5월까지 전액 상환한 사람이다. 90일 이상 장기연체자는 원금 기준으로 등록된 신정원 정보를 참고하고 그 미만 단기연체자는 CB사 정보를 참고하는데 CB사는 각사 내규에 따라 연체자의 원리금 범위 내에서 금액을 등록하고 있다. 개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액이 각각 집계된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이 넘는 원금을 대출받은 차주는 연체 90일이 넘으면 '신용사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CB사 정보를 활용하는 단기연체자의 경우 내규에 따라 일정 기간은 이자만 등록돼 2000만원 초과 원금을 대출받았더라도 혜택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개인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각각 2000만원 이내 금액으로 연체했을 경우 대상자가 된다.

본인이 혜택 대상자인지 여부는 CB사 등이 오는 3월 중 구축 예정인 '지원대상자 여부 확인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액 상환을 했지만 금융회사의 오등록 등으로 신용회복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 경우 금융회사를 통해 연체를 전액 상환했다고 정정할 수 있다.

평균 신용점수 39점 상승 예상...'역차별' 제한적


금융권은 이번 협약에 따라 개인 대출자 약 290만명의 장·단기 연체 이력 정보의 공유 및 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집계된 전체 연체 발생자 296만명의 98%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 중 250만명은 이미 전액 상환 완료했고 연체 이력만 남은 상태다.

이에 이미 혜택 대상인 250만명을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신용점수가 평균 39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된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또 신용회복 지원 이후 △15만명이 추가로 관계법령에 따른 카드 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를 충족해 카드를 만들 수 있고 △25만명이 추가로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를 넘게 돼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사면' 논의가 진행되며 꾸준히 제기됐던 역차별이나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반박했다. 이미 연체자 '낙인'이 있는 상황 속에서 연체를 모두 갚은 사람들이고 성실상환자와 비교했을 때 불이익도 그간 받은 셈이라는 설명이다. 또 신용사면이 발표되고 1월말까지 추가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차피 수개월 안에 갚아야 할 연체를 일부러 만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특히 이번에 집계된 2000만원 이내 소액연체자 290만명은 지난 2021년 신용사면 때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당시에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2000만원 이내 연체자 250만명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해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숫자로 보면 연체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막 터졌을 때보다도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액 상환했다는 것은 정상 금융생활을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건데 도덕적 해이라든지 역차별 문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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