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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풍향계' 아이오와서 과반 따낸 트럼프… 재선가도 순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6 18:26

수정 2024.01.16 19:46

美 공화당 첫번째 경선 결과
트럼프, 51.0% 득표 대세론 입증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승리 연설
언론, 사법 리스크 영향 미미 분석
헤일리 3위로 밀리고 4위는 사퇴
바이든 "확실한 선두 주자" 평가
日기시다, 트럼프 물밑접촉 모색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서 과반 따낸 트럼프… 재선가도 순항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박종원 기자 김경민 특파원】 2024년 미국 대선의 개막을 알리는 미 공화당의 첫번째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대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3위 후보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트럼프를 위협하지 않으면 남은 경선에서 속수무책으로 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조기에 경선 끝낼 수도

15일(이하 현지시간) 미 공화당은 아이오와주의 99개 카운티에 1657곳의 대회장을 마련하고 올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했다. 공화당원들은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대회장을 찾아 후보 대리인들의 연설을 들은 뒤 공화당의 대선후보를 투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개표율 99% 기준으로 51.0%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확정지었다. 2위는 21.2%의 득표율을 기록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였다.
3위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19.1%)가 차지했다.

공화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각주에서 코커스 및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전당대회에 보낼 대의원을 확정하고, 오는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의 투표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공화당 대의원은 2469명이며 아이오와주에 배정된 대의원은 40명이다. 일부 주(州)에서는 '승자독식제'를 사용하여 경선 1등 후보가 전당대회로 보내는 대의원을 모조리 본인 지지자로 채우도록 허용한다. 다만 아이오와주는 각 후보들에게 40명의 대의원 자리를 지지율에 비례하여 나눠준다. 아이오와주의 대의원은 전체 대의원 대비 1.6%에 불과해 전당대회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나 미 정가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전국에서 첫 번째 열리는 경선이라는 점에서 '대선 풍향계'로 보고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여러 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3월 중순까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일찌감치 경선을 끝낼 계획이다.

트럼프는 15일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승리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가 모두 단결할 때"라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좌파든 우파든 단결해서 세상을 바로잡고, 문제를 바로잡고, 목격하고 있는 모든 죽음과 파괴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을 최우선에 두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보들, 23일 트럼프 '대세론' 깨야

트럼프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기록하면서 2위와 3위 후보들은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일단 2위에 오른 디샌티스는 13일 여론조사에서 헤일리에게 밀리는 등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이번에 2위를 차지하면서 한숨 돌렸다.

코커스 전에 트럼프를 위협하는 후보로 주목받았던 헤일리는 압도적인 차이로 밀리면서 23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 사활을 걸게 됐다.

현재 미 정가에서는 디샌티스와 헤일리가 다음 경선에서도 트럼프에게 크게 밀린다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헤일리에 이어 지지율 4위(7.7%)를 기록한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15일 코커스 직후 후보에서 사퇴한다며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공화당의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노스다코타주)은 미 정치 매체 더힐을 통해 트럼프가 아이오와주에서 크게 이겼지만 그가 뉴햄프셔주에서도 선전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뉴햄프셔주에서도 이긴다면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끝난다"고 내다봤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현재 91개의 혐의로 4차례 기소된 상황이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정치 공작의 희생양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남부 국경 혼란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스캔들로 인해 선거에서 트럼프의 기소가 흐릿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권자들이 최근 세계를 휩쓰는 전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과거 트럼프 재임 시기를 좋게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트럼프가 아이오와에서 이긴 것 같다"며 "그는 현시점에서 공화당의 확실한 선두 주자"라고 평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정치 구호이자 공화당 내 극우 세력을 나타내는 용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언급했다. 그는 "요점은 이렇다. 이번 선거는 당신과 내가 극단 MAGA 공화당원과 대결하는 것이다"라며 "이는 어제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고 적었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트럼프 진영과의 관계를 구축 중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정권, 트럼프 진영 접촉 모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조속한 시일 안에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심화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도 접촉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 시절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골프도 함께 즐긴 아소 다로 현 자민당 부총재가 연결 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언급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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