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소아과 문열기 1시간 전 와서 진료 1분… 병원 없는 지역도 [필수의료가 무너진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6 18:30

수정 2024.01.16 18:30

(2) 새벽부터 줄서는 부모들
개원시간 맞춰 가면 접수 끝나
전문병원 예약은 1~2분 마감
"소아 전문 응급실 생겼으면…"
지난 15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율은 바닥이라는데 아픈 애가 갈 병원이 부족한 게 말이 되나요."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던 부모들은 항상 이런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오픈런'이라는 용어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친숙한 용어가 됐다. 16일 기자가 만난 부모들의 소아과 진료 경험은 지옥에 가까웠다. 이들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는 '오픈런'을 해도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고, 어렵게 의사를 만나도 고작 1~2분의 진료에 그쳐 제대로 진료를 받은 건지 전전긍긍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오픈런'해도 1시간 이상 대기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며 11개월 아기를 둔 김모씨(40). 김씨는 며칠 전에도 소아과를 찾았지만 진료 경험이 최악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소아과를 급하게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고작 1~2분을 진료받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해서 소아과를 일주일에 한두번꼴로 간다고 했다. 특히 아이가 크게 아플 경우 거주 중인 마포구가 아닌 서울 구로구의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마포구는 인구에 비해 소아과가 부족하고, 영유아를 전문적으로 돌보고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있다고 해서 진료가 쉬운 건 아니라고 언급했다.

김씨는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다. 병원에서 '똑닥(병원 유료예약 앱)'을 쓰지 않아 하루 2번 새벽 6시와 낮 12시에 예약을 받는데 1~2분이면 마감된다"며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 없으니 급하면 그 병원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소아과의 경우 개원 30분 전이면 '오픈런'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찍 가도 1시간에서 1시간 반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도시 등 영유아가 많은 지역의 경우 오픈런이 1시간 전에 시작될 정도로 소아과 진료가 녹록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김씨가 바라는 게 있다면 '소아 전문 응급실'을 꼽았다. 그는 "마포에도 유명한 소아 전문병원이 있었는데 경영난으로 다른 병원으로 바뀌었다"며 "진짜 급할 때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응급실이 필요하다. 저출산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태어나면 돌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소아과 없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수도권을 벗어난 지역 소아과는 상황이 더 안 좋다고 한다. 지역인구 감소와 저출산 등의 여파로 지역소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소아과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필수의료 취약지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평균은 1.80명이었다. 지역으로 보면 서울이 4.30명으로 가장 높았고 경북(0.91명)과 전남(1.05명), 충남(1.27명), 울산(1.28명), 경기(1.30명) 등 17개 시도 중에서 10개가 평균을 밑돌았다.

강원 춘천에 살면서 네살과 한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30)도 소아과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오픈런 해서 접수해 놓아도 1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라며 "접수해 놓고 조금이라도 늦거나 하면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북 구미에서 두살 아이를 키우는 배모씨(36)도 "주로 가는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1시간은 기다린다.
주말의 경우 보통 2시간 전후는 기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경북 지역에 소아과가 전혀 없는 곳도 있다.
출산율이 바닥이라 나라가 소멸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잘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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