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갑자기 이선균·지드래곤 튀어나와"..'연예계 마약 파문' 최초 신고자 심경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7 06:50

수정 2024.01.17 06:50

MBC 갈무리
MBC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고(故) 배우 이선균씨와 가수 지드래곤 등 여러 연예인들이 언급된 유흥업소 마약 사건의 최초 제보자가 심경을 밝혔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고(故) 배우 이선균씨의 마지막 70일을 되짚었다.

"일반인 마약 제보했는데, 연예인으로 방향 바꿔"

이날 연예계 마약 파문의 시초였던 A씨가 출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유흥업소 실장 김씨가 지속해서 여자친구에게 마약을 준 것을 보고 두 사람을 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신고했다.

A씨는 "마음이 진짜 안 좋다. 솔직히 말해서 나 때문은 아니다.
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했는데 모든 일이 일어났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이선균과 김씨 쪽으로 타깃이 돌아갔다. 연예계 쪽으로"라며 의도치 않게 수사 방향이 바뀐 것을 떠올렸다.

제작진은 A씨에 "제보할 당시 이선균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나"라고 물었고, A씨는 "생각도 못 했다. 갑자기 이선균, 지드래곤의 이름이 튀어나오니 이런 애들(전 여자친구 등)은 묻혀버렸다"라고 털어놓았다.

여실장 조사 3시간만에 언론에서 이선균 내사 보도

이날 방송에서는 이씨가 입건된 경위부터 수사를 받은 과정에 대해 다뤄졌다. 경찰은 유흥업소 종사자인 피의자 김씨의 진술에 따라 이씨를 입건했다. 'PD수첩'은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입수했는데, 11차례의 피의자 신문에서 경찰과 김씨가 이씨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 196번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마약 관련 혐의로 김씨를 처음 조사한 건 지난해 10월 19일. 첫 피의자 신문 종료 시각은 이날 오후 2시19분경이었다. 그런데 불과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17분경, 한 언론사는 이씨가 마약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방송에 출연한 백민 변호사는 "이 사건은 입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자 진술이 언론에 알려졌다.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소변 간이 검사, 모발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받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가 강압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문가들 "경찰, 지드래곤 불송치 나오자 이선균에 매달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선균의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드래곤의 불송치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지드래곤이 불송치되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거다. 지드래곤이라는 진짜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마약 수사 검사 출신 배한진 변호사 역시 "같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권지용이 불송치가 나와 압박이 됐을 거다.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선균은 마약 음성 결과에도 경찰에 3차로 소환됐다. 이선균은 3차 소환 당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백민 변호사는 "원래 수사는 기밀로 해야 정상이다. 보여주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해 이 사람은 범죄자가 맞다는 낙인을 찍고 자백하게끔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마산동부경찰서 류근창 경감은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되게 많았다. 10년 사이에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거 보면서 너무했다고 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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