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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이 쓰는데.. 소비자도 결사반대 나선 '플랫폼법' 괜찮을까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7 14:24

수정 2024.01.17 14:24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플랫폼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플랫폼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법)을 추진중인 가운데 업계 및 학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반대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플랫폼 업계 종사자만 300만 명에 달하는데다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플랫폼은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무리한 입법 추진이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도 반대서명 시작
17일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컨슈머 워치'에 따르면 해당 단체가 지난 9일부터 플랫폼범 입법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한 결과 16일 기준 2000명 이상 소비자가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슈머워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법은 절대 다수의 소비자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누리는 각종 혜택과 편의를 앗아갈 우려가 있다"며 "네이버페이, 카카오택시, 쿠팡 로켓배송, 배달의 민족 주문 등과 같은 민생 서비스에 대한 혜택이 축소되고,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 서비스들이 '자사우대' 등의 규제를 받으면 물가상승 같은 소비자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은 매출이나 이용자 수 등 커트라인을 설정해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선정, 자사우대·멀티호밍·최혜대우·끼워팔기 등 행위를 규제하고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쟁사나 납품업체 등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플랫폼법은 스타트업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촉진과 민생 보호라는 입법 목적 달성이 가능한 최소한의 반칙 행위가 규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공정위 취지와 달리 플랫폼법 추진에 대한 반대여론은 일반 소비자·중소 판매자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플랫폼 산업은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는데다 중소 입점 판매자와 플랫폼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종사자만 수백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쇼핑·콘텐츠 서비스, 카카오톡 등은 물론 쇼핑과 외식 분야의 배달의 민족,쿠팡, 토스 등 플랫폼 앱도 1000만명 이상씩 가입했거나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55만개(2022년 말 기준), 쿠팡은 입점 소상공인 수는 21만명(지난해 상반기)에 달한다. 플랫폼 오픈마켓 중소 판매자만 1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1500곳의 영세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도 "중소기업의 매출신장 기회를 위협한다"며 입법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4월 총선에도 영향 미칠까 '촉각'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여당이 총선 정국에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달 플랫폼법 개요를 보고한 공정위에 "총선이 코앞인데 시급한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 대통령실에 플랫폼법 추진 경과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정위 플랫폼법 반대 여론이 더욱 커질 경우, 총선에 방해가 되기 전에 입법 논의를 보류하거나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계는 플랫폼법을 놓고 '기업 혁신을 위축시키는 악법'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공정위는 유럽연합(EU)의 사전규제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은 글로벌 시가총액 5위권 이내엔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5개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바이트댄스)만 규제한다. 유럽연합은 "유럽 토종 기업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지속적으로 입장을 밝혀왔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알리나 테무 등 직구업체의 한국 시장 장악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성장해야 할 국내 플랫폼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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