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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육아휴직 불이익 여전,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7 18:28

수정 2024.01.18 11:02

승진 늦게 시켜주는 업체 절반 육박
등록금도 대주는 한미글로벌 귀감
상당수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다자녀 군인 및 군무원 가족 초청 격려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사진=뉴시스
상당수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다자녀 군인 및 군무원 가족 초청 격려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사진=뉴시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육아휴직을 규정대로 쓰도록 장려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 그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육아휴직과 승진을 연계하는 기업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45.6%였다. 5인 이상 표본사업장 5038곳을 조사한 결과다.

말하자면 육아휴직을 하면 정상적인 경우보다 승진을 늦게 시켜준다는 말이다. 명백히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러니 어느 누가 선뜻 육아휴직을 하고 싶겠는가. 물론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해야 하고,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넣지 않는 비율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이 92.9%로 가장 높았다. 일반 제조업보다 기술과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화이트칼라 업종에서 불이익을 더 많이 주고 있다는 말이다.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원들이 아이를 낳고 잘 키우도록 각종 혜택을 주는 기업도 있다. 그중에 한미글로벌이란 기업이 귀감이 되고 있다. 이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부터 자녀가 있는 지원자를 우대한다. 결혼하면 주택자금 1억원을 대출해 주고, 난임치료를 무제한 지원해 준다. 이뿐이 아니다. 최대 1000만원의 다자녀 출산 축하금을 주고 육아 시기에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자녀 수에 상관없이 보육비와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해 준다. 셋째를 낳으면 조건 없이 특진도 시켜준다.

한미글로벌의 사례는 경영자의 적극적인 의지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런 기업이 또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첫째를 낳으면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2000만원, 넷째 3000만원을 지원한다. 박찬구 명예회장의 지시로 더 높여준 것이라고 한다.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육아의 어려움일 것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은 저출산 문제를 푸는 첫번째 열쇠라고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 일차적인 책임을 진 곳이 공직사회와 함께 기업이다. 특히 상당수 기업에서는 여전히 마음놓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 권리인 육아휴직을 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고, 심지어 불이익을 주니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사라질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마음이다.
사업주가 인식을 바꾸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미글로벌 같은 지원책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법에 정해진 권리는 보장해 줘야 한다.
중간간부들이 젊은 사원들의 출산과 육아에 불이익을 줄 경우 그 간부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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