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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금융지주 규제 완화에 거는 기대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7 18:28

수정 2024.01.17 20:55

박소현 금융부 차장
박소현 금융부 차장
"실무자 입장에서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규제완화 사항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올해는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17일 금융위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안에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금융산업별 발전방안에 6개 사항이 언급된 데 대한 금융계 내 실무자의 반응이다. 올해 금융위의 업무보고 방향은 '민생금융', 즉 '상생'에 맞춰지면서 금융산업 발전방안은 총 9개의 카테고리 중 8번째에 자리했다.

지난해에는 금융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과 산업의 규제 허들을 낮추는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논의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과 공동영업 활성화, 핀테크에 대한 출자규제 완화로 좁혀졌다.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지만 오히려 금융위가 디지털금융 혁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규제나 애로사항은 해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금융지주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면 금융 앱에서 개인화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금융사가 지금까지는 고객에게 동일한 상품을 제공했다면 예금, 투자, 대출, 연금 등 '초개인화된' 상품 추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올해 금융지주가 앞다퉈 출시하는 슈퍼앱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지주 계열사의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앱 수준에 그치고 있다. 네이버가 수년 전부터 네이버쇼핑과 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붙이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예·적금, 카드 비교에 이어 대출에서도 개인화된 상품 추천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계열사 간 공동영업이 활성화되면 금융소비자가 개인신용정보 제공에만 동의하면 은행, 카드, 캐피털 등 계열사별로 가능한 대출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소비자가 상품을 찾기 위해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편의성도 크게 높아진다. 금융지주의 핀테크에 대한 출자규제 완화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버티고 있는 많은 국내 핀테크 기업에 기쁜 소식이 될 전망이다. 이들이 지주 내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금융지주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
실제 네이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1784에 가면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1784에 입주해 활발하게 협업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올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크다.
민생금융과 금융시장 안정이 우선순위 과제이지만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역시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gogos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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