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게임

[이도경의 플레e] 트위치 한국 철수를 불러온 망 사용료 문제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0 07:00

수정 2024.01.20 07:00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파이낸셜뉴스] 최근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우리나라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철수일자도 2월 27일로 못 박았다. 이제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것이다. 많은 게임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의 시대로 넘어온 현재,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트위치 방송인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기 스트리머들이 '아프리카tv 숲'과 '네이버 치지직'중 어디로 이적하는 지가 인기 기사일 정도다.

댄 클래시 트위치 대표는 우리나라의 높은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때문에 철수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한동안 잊혔던 망 사용료 이슈를 다시 소환하였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망 사용료와 게임의 연관성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게이머들도 망 사용료 이슈에 반드시 관심가져야할 이유가 있다.

지난 2020년 6월, 글로벌 게임 개발&유통사인 에픽게임즈와 국내 통신사간 갈등이 생긴 일이 있다. 전말은 이렇다. 에픽게임즈에서 글로벌 게임 유통시장에 뛰어들며 선두 플랫폼인 스팀과 경쟁에 나섰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다수의 인기게임들을 시장에 무료로 풀며 세를 확보해 나갔다. 그러다 90기가바이트 용량의 GTA5 게임을 무료로 배포했는데, 이때 사단이 났다. 이 게임이 초인기 대작이다 보니, 단시간에 다운로드가 몰리며 통신사의 트래픽이 폭증한 것이다.

트래픽 과부하는 다운로드 속도 저하를 불러왔다. 통신사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통신사는 에픽게임즈가 계속해서 무료로 발표하려면 추가 트래픽 발생분에 대해 비용을 내라고 나섰다. 일종의 '유상연동 방식'이다. 반면, 에픽게임즈 측에서는 망 중립성을 이유로 맞서며 거절했다.

이같은 망 사용료를 둘러싼 통신사와 컨텐츠제공사의 갈등은 급기야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한 건도 아니고 8건에 달했다. 문제는 이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라는 점이다. 즉, 통신사 의견 위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망 사용료 이슈는 통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게임사 등 컨텐츠업계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22년 하반기 들어 우리 의원실이 국회 300개 의원실중 최초로 망 사용료 부과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동시에, 컨텐츠 정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를 상대로 망사용료 법안에 대한 의견도 조회했다.

문체부와 게임협회 모두 '글로벌 컨텐츠 공급 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법안) 대응이 국내·중소 컨텐츠 공급자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여세를 몰아 7월 6일과 9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정책토론회를 열어 컨텐츠업계의 입장도 널리 알렸다. 문체부는 토론회에서 "국내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해외 진출 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입법을 추진해야할 만큼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CP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의원실의 노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와 과기정위 정청래 위원장의 '망 사용료 의무 부과 우려' 입장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 이슈는 한동안 소강 상태였다가 이번 트위치 철수 사태로 다시 조명을 받기에 이르렀다.

골치 아프다고 덮어둘 문제가 아니다. 해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선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게임 용량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인데, 이를 주로 스팀 등 게임유통플랫폼에서 다운로드 방식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상황도 가정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이나 '오버로드' 수준의 게임이 출시된다면, 실시간 이용 트래픽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글로벌 게임업계와 트래픽 과부하를 두고 매일같이 전쟁을 치루고 있지 않을까. 혹은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 게임 미출시 결정을 내려 게이머들의 분노를 받아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망 사용료 문제는 게이머들의 게임 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제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곧 개원할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게이머들도 이 이슈에 관심을 소홀히 하지 말고 계속해서 주목해주길 부탁드린다.

/정리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