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레고켐 인수' 오리온, 증권가·투자자 시선 엇갈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9 16:59

수정 2024.01.19 17:00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나선 오리온을 바라보는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인수가 오리온 실적에 미칠 영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6% 하락한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 발표 뒤 오리온 주가는 21.23% 급락했다.
회사가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수천억원을 투자하면서 실적 안정성 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발표 뒤 오리온 주식을 대거 정리한 투자자는 외국인과 연기금이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은 단 4거래일 만에 오리온 주식 1525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도 같은 기간 11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 합산 순매도액(15억원) 대비 약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나온 물량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같은 기간 150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의 바이오 산업 투자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실적 안정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의문이 제기될 수록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인수 발표 뒤 오리온에 대한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4곳 가운데 2곳(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오리온의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 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며 "(지분 인수가) 기존 투자자들의 이번 신규 지분 투자의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리온 실적은 레고켐바이오 손익에 대한 연결 회계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연결 회계 처리될 경우, 오리온의 연결 영업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전사 실적 가시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메리츠증권 김정욱 연구원은 "공시 이후 보도를 보면 오리온 경영진이 레고켐바이오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연결 방식 편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향후 오리온의 실적 가시성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으나 오리온의 배당 확대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라며 "향후 본업에서의 유의미한 외형 및 점유율 확대 확인 시 실적 추정치와 타깃 멀티플의 동반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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