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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꿈꾸는 클레이튼-핀시아, 통합으로 '네카오' 벗어난다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0 18:43

수정 2024.01.20 18:43

클레이튼-핀시아 온라인 간담회 캡처
클레이튼-핀시아 온라인 간담회 캡처

[파이낸셜뉴스] "카카오와 클레이튼이 법적·재무적으로 분리돼 있듯이, 라인과 핀시아도 분리돼 있다. 일각에서 통합하고 나면 라인과의 관계성이 낮아지는 걸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게 더 좋다고 본다. 라인과 카카오가 '거버넌스 카운슬(GC·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훨씬 더 많은 거버넌스가 참여해 탈중앙화하는 게 낫다고 본다."
클레이튼-핀시아 합병에 대한 우려에 핀시아 재단의 김우석은 지난 19일 열린 간담회(AMA)에서 밝힌 생각이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핀시아는 라인(네이버)의 블록체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두 재단은 지난 16일 블록체인 메인넷과 토큰을 통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다양한 관계자들을 설득하고자 이날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클레이튼재단의 서상민 이사장과 이윤호 거버넌스·비즈니스 헤드, 핀시아 재단의 김우석 사업이사와 김원석 사업총괄 등이 자리했다.

서상민 이사장도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각각 카카오와 라인이라는 메신저와 해당 기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라면서도 "카카오·라인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다른 거버넌스와의 관계, 공정성과 규제 차원에서 어려움도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서 이사장은 "오히려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통합하면 가능성은 더 열려 있을 거고, 과거보다 더 빠른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하다"라며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카카오의 전자지갑 '클립'과 라인의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도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그리고 통합 체인과 통합 토큰과 연결해서 라인 페이를 글로벌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라고 덧붙였다.

'교환비' 개정안 나온다..."재상장 이슈 없을 것"

이날 참석자들은 거버넌스 참여자와 홀더(투자자)들을 설득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통합 안건은 특히 핀시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통합 제안과 함께 공개된 1(클레이):148(핀시아) 교환비와 이로 인한 거버넌스의 보팅파워(투표권) 불균형, 사업의 구체성 등이 논란이 되면서다.

김우석 핀시아 사업이사는 “'핀시아를 헐값에 넘기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봤다"라며 "통합 제안을 하고 지난 3일 동안 많은 의견을 받았고, 결론적으로 핀시아 재단과 클레이튼 재단은 (교환비와 관련해서) 일부 개정안을 만들기로 협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버넌스 파트너와 커뮤니티서 나온 제안을 먼저 검토할 것이고,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만들어 다음주 안에 안내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지난 2018년 8월 31일, 링크 코인(핀시아 전신)을 처음 발행하고 5년 넘게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링크와 핀시아 토큰의 가치를 만들고자 항상 고민해 왔다"라며 "통합 진행 과정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양 체인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중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통합 코인이 기존 거래소에서 다시 상장하거나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 서상민 이사장은 "재상장, 재심사 등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기술적으로 더 호환성이 있고 거래소에 더 많이 상장돼 있는 클레이튼 중심으로 상장해서, 거래소가 기술적 변경이나 재심사를 최소할 수 있게 하겠다"라며 "일본 화이트리스트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클레이튼 측은 최근 발생한 해킹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클레이튼과 다른 메인넷(플랫폼)에서 발행된 토큰을 교환해주는 오르빗 브릿지가 해킹되면서 약 1000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바 있다.

서 이사장은 "이더리움 내 자산이 탈취된 거고, 클레이튼 메인넷의 자산이 탈취된 게 아니다"라며 "통합과 무관하게 통합 이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클레이튼 재단과 오지스(오르빗 브릿지 개발사) 해결해야 한다. 통합 이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결할 거고, 브릿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안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통합 이끌어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블록체인·가상자산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거론됐다. 두 재단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두 재단의 통합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김우석 이사는 "올해 블록체인업계는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아시아의 기관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들은 투명성 이슈 때문에 블록체인을 또 다시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라며 "냉정하게 보면 아시아 시장은 현물 거래가 주도하고 있으며, 외부 블록체인에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핀시아와 클레이튼이 합쳐서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크게 성장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상민 이사장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크립토 시장에는 유동성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준비된 생태계 유동성을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클레이튼은 이를 극대화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라고 동의했다.

한편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메인넷 통합은 오는 26일 진행 예정인 각 재단 거버넌스 카운슬 투표에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어느 한 쪽에서라도 부결돼면 통합은 무산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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