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인삼 열매속 천연물로 실명을 막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1 12:00

수정 2024.01.21 12:00

KIST-경희대-서울대, 망막염증 치료기술 개발
천연물 '진세노사이드 Re'를 항염증제로 활용
염증 정도 따라 하이드로젤이 녹아 약물 양 조절
KIST-경희대-서울대 공동연구진이 천연물 '진세노사이드 Re'로 망막 퇴행을 억제하는 항염증제로 활용했다. 특히 이 약물을 감싸고 있는 하이드로젤은 염증의 정도에 따라 약물의 양을 조절하면서 배출된다. KIST 제공
KIST-경희대-서울대 공동연구진이 천연물 '진세노사이드 Re'로 망막 퇴행을 억제하는 항염증제로 활용했다. 특히 이 약물을 감싸고 있는 하이드로젤은 염증의 정도에 따라 약물의 양을 조절하면서 배출된다. K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인삼 열매에 풍부한 '진세노사이드 Re'로 망막 염증을 막아 시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늦췄다. 특히 약물을 하이드로젤로 감싸 망막에 넣어주면 염증 정도에 따라 약물의 양을 조절하면서 배출된다.
실제 망막 질환이 있는 실험쥐에 주사해 방치한 상태보다 시력 손실을 최대한 지연시켰다.

2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KIST 임매순 박사팀이 경희대 오승자 교수, 서울대 이강원 교수와 함께 '진세노사이드 Re'로 망막 염증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염증 부위에 이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노인성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은 안구 뒤편의 망막에서 빛과 색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세포가 점차 손상돼 실명을 초래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하며, 항염증제를 안구 내에 주사해 망막 손상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약물이 안구 내에 머무르는 동안에만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4주에서 12주 간격으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 불편함이 있다.

연구진은 망막변성을 앓고 있는 실험쥐의 망막을 관찰한 결과 염증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연구에서 효소 'EZH2'가 광수용체 세포 중 막대세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망막의 염증을 막기 위해 진세노사이드 Re를 항염증제로 사용했다. 망막에 주입하자 염증원인 물질인 효소 'EZH2'가 6.1%까지 감소했으며, 망막변성의 진행 속도까지 느려졌다. 특히 망막 뒷편에 있는 광수용체 세포 보호 효과가 대조군에 비해 약 4배 높았다.

또한, 연구진은 여러번 망막에 주사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번 약물 주입으로 효과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눈 안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와 성분이 비슷한 히알루론산으로 하이드로젤을 만들고 그 안에 약물을 넣었다. 염증 환경에서 나오는 효소 '카텝신'을 만나면 서서히 하이드로젤이 녹아 안에 있는 진세노사이드 Re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력 저하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통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고, 증상 초기 환자는 주기적 병원 방문 횟수가 감소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임매순 박사는 "상용화를 위해 향후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 사용될 약물과 하이드로젤의 양, 치료 주기 등을 데이터화하고 약물 전달 시스템의 장기간 안정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치료법을 국제 학술지 'npj 재생의학(npj Regenerative Medicine)'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