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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까지 나선 '단통법 폐지'…통신업계도 긴장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4:18

수정 2024.01.22 22:53

정부, 통신단말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추진
자율경쟁+소비자 후생 높이려는 목적
정보비대칭 등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도
일부 소비자층 겨냥한 '총선용 카드' 지적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간판. 뉴스1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간판.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전면 백지화를 추진한다.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통신 물가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단말기 구매 비용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투자, 중저가 요금제 신설 등 10년 전과 다른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인한 출혈경쟁 촉발 시 수익성·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전체 소비자 후생 저하, 저가시장 위주의 알뜰폰(MVNO) 생태계 침해 등도 우려된다.


10년만에 단통법 폐지 드라이브

정부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생활규제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이 같은 내용의 단통법 폐지를 제시했다. 단통법은 유통점 간 불투명한 지원금으로 인한 차별적인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이 같은 복잡한 지원금 체계를 악용하는 유통점의 행태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2014년 10월 시행됐다. 현행법상 유통·대리점이 제공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의 상한선은 15%다.

이 같은 보조금 상한선을 없애면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소비자 체감 통신 물가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정부 측 논리다. 현재 이통사 간 보조금 등 차별 경쟁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요금제 경쟁 등을 유발하기 위한 법 취지에 맞지 않게 이통사 간 서비스가 되레 일원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소비자 후생 제고를 위해 단통법 내 선택약정할인제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을 추진한다.


2015년(단통법 시행 이듬해) 기준 이통3사 연간 영업이익·CAPEX·ARPU 등 수치
이통사 영업이익 CAPEX(투자지출)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SKT 1조7080억원 1조8910억원 3만3000~4만4000원
KT 1조2929억원 2조3970억원 3만6419원
LGU+ 6323억원 1조4103억원 3만5383~3만9930원
총계 3조6332억원 5조6983억원 -
(이통3사)

2022년 기준 이통3사 연간 영업이익·CAPEX·ARPU 수치
이통사 영업이익 CAPEX(투자지출)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SKT 1조6120억원 3조350억원 3만495원
KT 1조6900억원 3조5000억원 3만3000원
LGU+ 1조810억원 2조4200억원 2만5000~2만9000원
총계 4조3830억원 8조9550억원 -
(이통3사)
긴장하는 업계 "10년 전과 너무 다르다"

단통법 개정 추진 소식에 통신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보조금 출혈 경쟁이 더 많은 수익성 및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입자 유치가 활발해 보조금 지급을 통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3사 모두 수익이 정체되는 국면에서 5G 투자, 중저가 요금제 등으로 수익 우려가 더해지고 있고 현재는 가입자 뺏기보단 각자의 가입자 유지·케어에 신경쓰는 분위기"라며 "지금 같은 여건에서 10년 전과 같은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단통법 폐지가 이뤄질 시 한 통신사가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경쟁사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는 5G 가입자,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등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는 수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이통사별 마케팅 등 비용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단통법 폐지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역기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보력이 높은 소비자에게만 더 싼 단말이 판매되고, 노년층 등 정보 습득이 비교적 느린 소비자층은 제 값을 주거나 불필요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는 불균형한 '호갱' 사례가 다시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제 살을 깎으면서 제조사의 단말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기에 갑자기 단말 가격이 싸지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지금의 단통법 개정 논의는 비싸면 200만원대에 육박하는 신제품을 빠르게 싸게 구매하길 원하는 일부 소비자층에게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암시장 형성, 정부가 육성 중인 알뜰폰 경쟁력 저하 등의 우려도 거론된다.

다만 단통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총선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을 위해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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