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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혹한 겪는 韓 메타버스… 세계진출 vs 구조조정 갈림길 [메타버스의 명암 (중)]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8:10

수정 2024.01.22 18:27

로블록스·제페토 등 불황기 극복
글로벌 서비스·他기업 협업 활발
게임업계, 서비스 중단·사업 축소
"유저들 원하는 바 달라 유입 실패"
엔데믹 혹한 겪는 韓 메타버스… 세계진출 vs 구조조정 갈림길 [메타버스의 명암 (중)]
로블록스 로고와 게임 캐릭터. 로블록스 페이스북 캡처
로블록스 로고와 게임 캐릭터. 로블록스 페이스북 캡처
팬데믹 기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에 뛰어든 한국 기업들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로블록스, 네이버 등 선두주자들은 엔데믹 국면에서도 메타버스 사업이 성장한 가운데 일부 한국 기업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곳도 있다.

■글로벌 서비스 '혹한기' 견뎌

2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메타버스 서비스 기업 로블록스의 지난해 3·4분기 일간활성화이용자수(DAU)는 7020만명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 4·4분기(3070만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로블록스는 한국을 비롯, 전 세계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 4·4분기 DAU 1370만명 기록 후 규모 성장을 거듭, 팬데믹과 엔데믹 기간을 가리지 않고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점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이자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네이버의 제페토도 지난해 최대 MAU가 25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 조정기를 피해 간 모양새다. 초기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플랫폼 수수료(B2C)를 비롯, 다른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기회도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블록스는 현대자동차, 구찌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반 메타버스 이벤트를 기획한 바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네이버 제페토는 버추얼 이커머스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로 위기돌파

전 세계 최대 메타버스 시장이자 메타버스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이다. 내수시장 서비스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출시된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의 국내 MAU는 2022년 12월 51만8000명가량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지속적으로 감소, 2023년 12월 기준 17만9000명 선까지 하락했다. 이프랜드 내 경제시스템 도입, 블록체인 연계 등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국내 가입자 유인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SKT는 2022년부터 글로벌 통신사와 동맹을 통한 글로벌 서비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5월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한 LG유플러스도 해외 서비스를 병행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가입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메타버스 상황이 어려워지자 메타버스 사업에서 발을 빼는 국내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산업이다.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산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가량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글로벌 진출까지 감안했던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폐기될 전망이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 컴투버스도 지난해 9월 메타버스 서비스 '컴투버스'를 출시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았다.
당시 컴투버스 직원 규모는 130명이었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넵튠의 자회사 컬러버스도 지난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사업 효율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운영 중인 대표 서비스 '퍼피레드M'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게임사들도 계속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게임과 메타버스는 비슷해 보이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바가 다른데 이 점을 간과하면서 이용자 유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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