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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여성 금통위원 두 명 되게 하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8:27

수정 2024.01.22 18:27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달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초청해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패널 토론에서 모더레이터(좌장)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을 유일한 여성 금융통화위원이라고 소개했다. 총재는 웃으면서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여성 금통위원을 두 명이 되게 할 수 있을까요?" 이어서 유 행장이 또 다른 패널인 나를 소개하면서 여성 이사 최소 1인 의무화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총재는 웃으면서 또 질문했다. "여성 이사가 하나가 아닌 두 명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총재의 질문은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한 방법을 묻는 것이지만, 여성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경계도 내포하고 있다.
금녀의 문이 최근에 열린 탓인지 정책결정자 대부분이 '여성 고위직 또는 여성 이사는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계 180개 중앙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을 살펴봤다. 가장 높은 국가는 놀랍게도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모국인 불가리아로 나타났다. 무려 57%였다. 우리나라는 지금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여성 고위직 숫자가 매우 적다. 금융분야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신입 직원의 여성 비율은 40%에 달하지만 임원 중 여성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이렇게 여성 고위직 숫자가 적은 이유는 여성인재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최근 20대 젊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고용률이 남성보다 오히려 높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저절로 여성 금융통화위원이 증가할까?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전략적으로 경력관리를 하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작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도 이 문제를 성별 격차의 근본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의 사례를 들었다. 그녀는 "워싱턴DC에서는 육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도전과제였다"면서 "자녀들이 있는 직원들에게 육아비용을 충당하도록 지원했고, 직원들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조직 내 여성이 소수일 경우 원하는 역학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면서 "남성들이 성 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여성들은 멘토링을 통해 커리어 발전을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총재도 차별적 시선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총리나 정치인들을 찾아가면 통역으로 오해받았다. 사회적 규범은 어쩔 수 없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패널 토론자로서 나는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면서 느낀 시사점에 대하여 발표했다. 여성 고위직 확대를 위해서는 여성 리더 간의 연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정책결정자의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들이 정책결정직에 많으니 남성들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더니 총재도 전적으로 공감을 표명했다. 그녀는 "남녀가 서로의 조력자가 될 때 국가도 기업도 최고의 성과를 올린다"고 했다. 취임 이후 남성들의 지지하에 "IMF는 최근 4년 동안 여성 부서장 비율을 25%에서 50%까지 높였고, 5명의 고위관리 중에서 총재 본인을 포함한 3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니 전·현직 여성 IMF 총재들은 한국에 올 때마다 모두 여성 경제활동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임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현직 게오르기에바 총재도 한국의 여성단체와 행사를 같이하고 여대생들을 만났다. 짧은 이틀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들을 위한 조언과 메시지를 주고 떠난 게오르기에바 총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도 이런 여성 지도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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