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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M&A설'에 울고 웃는 증시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8:27

수정 2024.01.22 18:27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근 인수합병(M&A) 소식이 잇따르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레고켐바이오 주식 936만3283주(지분율 25.73%)를 약 5484억9409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를 선택한 결과였다. 레고켐바이오는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우량주다. 오리온이 대규모 자금을 풀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 주가는 공시 직후인 지난 16일 17.51% 급락했고, 다음 날에도 7% 넘게 더 빠졌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면서 실적 안정성과 재무구조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20년부터 지난해 3·4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레고켐바이오의 연간 영업손실은 일회성 손익을 제외하고도 400억~500억원에 이른다.

M&A는 항시 극단적 결과를 낳는다. 단기 실적 악화에도 향후 성장성이 보장된다면 주가는 급등한다. 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는 최근 포스코그룹과의 M&A설이 제기되며 지난 12일 20% 넘게 급등했다. 한 증권사가 개최한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e Day)'가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M&A는 기정사실화됐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진전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주가상승분은 반납됐지만 한동안 투자자 사이에선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웅진이 M&A를 추진했던 2차전지 업체 이큐셀도 시장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휴림그룹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이큐셀의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한 때문이다. 컨소시엄 당사자인 휴림로봇, 휴림에이텍, 파라텍 등의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증시에서 M&A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다만 성공적 M&A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최대 이슈가 될 수 있다. 결국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장기업 사이에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 논의가 지속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면밀한 분석이 필수다. M&A 실패확률이 7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본질은 시장지배력 상승에 더해 매출 및 이익 증가까지 나타나야 한다.
이슈에 치중한 '묻지마 투자'보다는 향후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SK그룹은 대규모 M&A로 하이닉스를 사들여 지금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로 키워냈다.
무수히 난무하는 M&A설 가운데 '보석'이 숨겨져 있다.

dscho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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