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당정 극한 갈등, 순탄한 국정 위해 속히 봉합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2 18:27

수정 2024.01.22 18:27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거부
이대론 여소야대 바꿀 기회 사라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내홍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노골화된 것이다.
한 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민생토론회에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과 무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충돌의 중심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있다.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시발이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한술 더 떠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했고,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 그 자체라 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서는 스스로 큰 악재를 자초한 셈이다.

먼저 우리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고비인 21대 총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벌어진 여당의 분열을 우려한다. 여소야대의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국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여당과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패하면 더욱더 힘이 빠져 조기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내홍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는 것과 함께 야당에는 몰래 박수를 치며 기뻐할 호재를 안겨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강대강으로 충돌하는 상태가 더 이어지지 않도록 봉합을 서두르는 것만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철저히 국민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는 분명히 있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막무가내식 지지자가 아닌 온건한 지지자 또는 중도파의 생각이 더 냉철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나 다수 여론을 잘 파악하고 따라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재삼 강조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이겨 여대야소로 의회 구성을 전환해야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열쇠는 결국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잣대로 이번 사태를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가 당정분리 원칙을 어긴 일임을 인정하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한껏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 중 하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주저한 일이다.
설령 잘못이 없다손 치더라도 전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면서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게 필요해 보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