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맨발로 뛰어다닌 20대, 화재 참사 막았다.."아버지 유언 생각나서" [따뜻했슈]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3 07:46

수정 2024.01.23 07:46

서울 방화동 아파트서 하마터면 대형 참사
한 청년이 계단 뛰어다니며 주민 대피 시켜
채널A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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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참사로 번질 뻔했던 큰불이 발생한 가운데 각 세대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도운 청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프링쿨러 없는 노후 아파트.. 화재 방송마저 안나와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30분쯤 방화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아파트 주민 우영일씨(23)가 발 빠르게 주민들을 대피시켜 큰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라 스프링클러가 없는 데다 화재 대피 방송마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채널A 등이 공개한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화재가 발생한 당시, 우씨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계단을 내려왔다. 이후 어딘가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이 난 14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를 가득 메운 연기가 번져왔고 우씨는 얼굴을 가린 채 문을 두드려 이웃들을 대피 시켰다. 덕분에 주민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대피했다.

채널A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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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벗겨진지도 모르고 1~13층 뛰어다닌 청년

우씨는 1층부터 13층까지 약 30분 동안 두 차례나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후에야 우씨는 슬리퍼 한 짝이 벗겨진 채 맨발로 뛰어다닌 걸 발견했다.

매체에 따르면 우씨는 출근 준비를 하다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우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너는 크면서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라'라고 하셨다"라며 "지금 당장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인력 108명과 장비 30대를 동원해 7시49분경 완전히 불을 껐다.

한편 경찰은 아파트 14층에서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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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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