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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올해의 화두는 리스크 관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3 18:28

수정 2024.01.24 08:57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24년 한 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붙들어야 하는 화두를 고르라고 한다면 필자는 '리스크 관리'라고 말하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올 한해는 지난 수년의 어느 해보다 리스크 요인이 많다. 우선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지구 저편의 일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으며,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확전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연초에 일본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후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7월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되었다. 미국에선 피해액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재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사업장을 가진 우리 대기업으로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노출도가 훨씬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세계 경제는 여전히 고금리로 인한 긴축상황이 지속되어 주요국의 성장률은 작년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나라의 고금리로 인한 부채부담은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와 건설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을 좌지우지할 가장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는 정치 리스크이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는 선거의 해이다. 71개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있을 예정이고, 1월 13일 대만의 총통선거에서는 반중 후보가 당선되었다. 우리나라도 오는 4월 총선이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이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주요국의 급격한 정책변화 가능성이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세계 정치·경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변이 없는 한 높은 확률로 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약 재집권한다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여러 정책이니셔티브를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는 만큼 트럼프 재집권 시 이미 체결한 IPEF 협정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IPEF 협상의 4개 부문(Pillar) 중 3개 부문 협상은 타결되었고, 현재 무역부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IPEF 제도 자체에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회원국 입장에서는 민감한 요소가 가장 많은 무역부문 협상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고자 하는 인센티브도 강한 상황이다.

리스크를 달리 말하면 불확실성이다. 리스크마다 실현될 확률은 다른데 낮은 확률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사람은 '설마' 하는 의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낮은 확률의 리스크일수록 대비하지 않았을 때 그 피해는 천문학적 수준이 된다. 높은 확률의 리스크는 국가와 기업에 어려움을 주지만 낮은 확률의 리스크는 실현되었을 때 어려움 정도를 넘어 생사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높은 확률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낮은 확률의 리스크에도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 이 비용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투자성 비용이다. 따라서 불확실성 수준이 다른 여러 리스크에 대해 촘촘한 대비가 필요하며, 시나리오에 따른 비상계획 수립도 필요하다.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있는 2024년 한 해,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모두 철저히 대비해 무탈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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