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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규제 완화…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3 18:29

수정 2024.01.23 18:29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18년 전인 2006년에 나온 한 책의 제목이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아디다스 같은 동종 업체가 아니라 전자 게임기계를 만드는 닌텐도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집 안에서 게임을 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보내면 아웃도어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의 상대는 대형마트다.'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2010년대 초반 이렇게 생각했다.
국회는 2010년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의 출점을 금지시켰다. 2012년에는 야간 영업시간 제한, 매월 주말 2회 휴무 등의 규제도 추가했다.

쉬는 시간이 없어 화장실도 못 가는 대형마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손님을 빼앗겨 생존권을 위협받는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해당 법의 이름은 '유통산업발전법'이었다. 기자 역시 대형마트 규제 시행 후 매번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강자인 대형마트는 '악', 약자인 소상공인은 '선'이라는 구도와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대형마트 규제는 강화되고 연장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말 쇼핑에 나섰다가 헛걸음을 했다는 소비자의 불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이 전통시장의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한국유통학회(2017년, 2019년), 한국중소기업학회(2018년)는 총 3차례에 걸쳐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주변 소매점포 소비금액은 8~15% 감소했다. 반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쇼핑 이용금액은 최고 37%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주변 상권이 이득을 본 게 아니라 온라인쇼핑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대구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난해 2월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주말)에서 월요일(평일)로 바꿨다. 쇼핑객이 많은 주말 대형마트가 문을 열면 전통시장 상권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구시가 바뀐 제도를 시행한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대구 지역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했다.


대구 지역 전통시장 매출액도 32.3% 증가했다. 온라인마켓이라는 더 큰 경쟁자가 생기며 오프라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이제 공생관계가 된 것이다.


다행히도 정부는 이달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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