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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글로벌 항암신약 "봄을 기다린다"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4 13:19

수정 2024.01.2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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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허가 다가오며 시장 관심 커져..NDA 절차 순항
후속 글로벌 3상 임상 준비 분주 “빠른 확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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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HLB의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신약허가 절차가 막바지에 들어서며 올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1호 항암제가 세계 무대에서 데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를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은 8개가 있지만, 통상 임상이나 허가에 있어 난이도가 가장 높고 시장 규모 또한 가장 큰 항암제 분야에서는 유독 성과가 없었다. HLB의 간암신약이 승인될 경우 글로벌 9호 신약이자 한국 제약·바이오 120년 역사상 첫 글로벌 항암제가 탄생할 전망이다.

HLB는 글로벌 개발 및 특허권을 보유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첫 투자 이후 16년만에 첫 신약성공을 앞두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병용물질이자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인 캄렐리주맙의 간암 분야 글로벌 판권(한국, 중국 제외)까지 확보하며 판매, 마케팅 라인을 일원화하고 매출처는 이원화했다. 허가 시 2개의 간암신약을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해와 비판, 데이터로 뒤집을까

그간 국내 기업이 글로벌 항암 분야에서 허가 받은 전례가 없다. 시장에는 여전히 신약허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더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온 HLB에는 유독 시선이 냉정한 편이다.

다만 신약허가에 대한 우려는 임상으로 도출된 데이터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인 간암 석학들의 평가에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글로벌 3상 결과와 이달 열렸던 미국 소화기암학회 ‘ASCO GI’에서 추가 발표된 3상 세부 분석결과를 보면 발병원인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기존 치료제 대비 환자의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기존 약의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위장관 출혈이나 간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도 약효가 탁월하다고 나타났다.

앞서 일부 치료제는 낮은 약효 대비 오히려 간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최장 생존기간에 더해 간기능 악화 여부에 상관없이 일관된 약효를 입증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상 결과에 대해 석학들의 평가도 이어진다. 미국 케이스웨스턴 리저브대학 세이드만 암센터의 아밋 마히팔(Amit Mahipal) 교수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에 있어 획기적 치료법(practice-changing)을 제시해 허가 후 표준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의 안트 보겔(Arndt Vogel) 교수도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간기능에 관계없이 유효성을 입증하며 간암 치료에 있어 유망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홍콩중문의대 스티븐 찬(Stephen Chan) 교수도 “간암 1차 치료제 분야에서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만큼 실제 의료 현장에서 빨리 처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허가 가시권...후속 임상 준비 박차

HLB는 지난해 5월 16일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완료했다. 미국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FDA는 늦어도 오는 5월 16일까지 신약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간 FDA와 2차례 공식 미팅이나 각 약물에 대한 CMC 실사도 문제 없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허가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DA가 주요 사항 등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자문단미팅(Advisory Committee Meeting)을 별도로 열지 않은 것도 긍정적이다. 임상 프로토콜이나 분석된 데이터 등에 있어서 모호한 사항이나 특이할 만한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기업설명(IR) 행사를 지속하고 있는 회사의 행보에서도 자신감이 읽힌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직접 서울과 지방에서 수차례 IR을 주관했다.

회사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경우 영업이익률을 85%로 추산, 2027년 기준 리보세라닙에서만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1월부터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상 기술수출을 모델로 삼는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과 달리 간암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에서 ‘직접판매’ 전략을 고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권을 사온 캄렐리주맙까지 합산할 경우 영업이익 규모는 훨씬 커진다.

회사는 간암 1차 치료제 허가가 가시화되면서 간암 분야에서 임상을 확대한다는 내부 전략을 확정하고 이를 위해 항서제약과 협의 중이다. 1차 치료제 허가 시 단 한번의 임상으로 곧바로 신약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간암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간문맥화학색전술(TACE) 등이 가장 유망한 후보로 꼽힌다.
특히 간암 보조요법이나 TACE는 시장 규모가 각각 4조원, 12조원에 달한다. 이미 항서제약이 보조요법이나 TACE에 대한 대규모 중국 3상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임상이 완료될 예정이라 상당한 데이터가 확보됐다.


장진우 HLB 부사장은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해 글로벌 3상에 진입할 수 있는 다수의 후보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HLB의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큰 업사이드 포텐셜"이라며 "간암신약 허가가 예상되는 5월은 HLB의 기업가치가 완전히 달라지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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