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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방자치법 시행에도 대표의원 임기는 관행대로?..조례개정 미룬채 '막강권한' 유지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4 17:20

수정 2024.01.24 21:31

국회 원내대표는 1년인데
지방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관행 벗어나
조례로 정해야 하지만 4개월간 외면
일부 대표의원 눈치보느라 조례개정 손놔
[서울시의회 제공]
[서울시의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방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임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임의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교섭단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정비해야 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조례 개정을 미뤄온 것이다. 특히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예산 및 교섭권 등 막대한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각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례 개정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효율적이고 투명한 지방의회 운영 등을 위해선 교섭단체 대표의원 임기는 물론 선출 방법과 직무대리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명확히 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개정돼 같은 해 9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임기 및 권한 의무, 즉 교섭단체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책임 있는 의회 운영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전국 지방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대표의원의 임기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운영해오고 있다. 다만 각 시·도의회 별로 교섭단체 구성 기준만 각자의 조례에 명시했을 뿐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여야 모두 당헌과는 달리 2년 임기를 관행처럼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시의회, 부산시의회, 세종시의회 등 전국 광역시의회도 비슷한 실정이다.

반면 국회에서 양당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양당은 당헌 상 이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임기를 관행 상 2년으로 고수하고 있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에서의 각 당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의회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의회 운영에 있어 상당한 결정권을 가지며 정당 간 교류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 교섭단체 관련 의회 운영을 주도하고 막강한 권한과 함께 적지 않은 예산, 인력 등을 지원 받는다. 따라서 임기를 명확히 정하지 않을 경우 권력이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에 대한 임기는 지방자치법과 각각의 조례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나, 의회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임기는 조례로 정하지 않고 있는 건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표의원의 임기는 물론 선출 방법과 대표의원 사고 시 직무 대리 등을 조례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규정에 맞게 지방의회가 조례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이 '교섭단체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고 한 만큼 책임 있는 운영을 위해선 조례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2일 지방자치법 시행으로부터 4개여월 넘도록 조례 개정을 미룬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방의회 대표의원의 임기를 국회 원내대표처럼 1년이 아니라 2년으로 유지해온 것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당헌·당규 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임기를 정하지 않은 건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관행은 전횡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마련됐음에도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것은 효율적인 지방의회 운영 책무를 미루는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현출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정적 지방 정치를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나름대로 자율성을 갖고 정하되, 관행이 오히려 갈등과 분란의 원인이 되는 전례들이 있기 때문에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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