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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장 추락에 주범 있었다..."고래가 움직인다"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4 16:44

수정 2024.01.24 16:45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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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장동몽(一場冬夢)', '한바탕의 겨울 꿈'일 뿐이었나.

지난해 12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던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며 두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거란 기대감과 다르게, 오히려 20% 가까이 빠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손바뀜 현상에 따른 '가격 착시 현상'이라며 "결국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더리움도 빠졌다

글로벌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44% 하락한 5327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는 549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코인마켓캡에서는 5161만원, 빗썸에서는 5314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코인마켓캡 기준 4800만~4900만원선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지난 달 5000만원대 중후반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기 직전인 이달 초 610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64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그러나 승인 직후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승인 직전 고점 대비 이날 저점을 비교하면 약 1000만원, 15% 가량이 2주 만에 빠졌다.

문제는 최근 이더리움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직후,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인마켓캡에서 이더리움은 354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 22일 급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298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모두 지난 달 초 가격으로 되돌아가면서, 이달 11일 2400조원을 넘어서던 전체 가상자산의 시가총액도 같은 시간 2071조원으로 하락했다.

"고래들이 하락장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장외거래시장(OTC) 시장에 주목했다. 최근의 조정세가 코인거래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고래(대형 투자자)들의 장외거래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코인베이스 프라임의 지갑 입출금량이 이달 11일 역대 최대치 갱신하면서, 장외거래가 활발해졌다"라며 "대형 고래들이 오래된 '돼지 저금통(초기 비트코인 투자물량)'을 부수고 비트코인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계좌의 평균 휴면 기간. 크립토퀀트 제공
비트코인 계좌의 평균 휴면 기간. 크립토퀀트 제공

이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엇갈린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서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라며 "장기적인 강세장에 앞서 고래들이 저가 매수를 위해 시장을 흔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주기영 대표는 "기관 투자자들의 의뢰를 받은 거래 브로커들이 고래들과 장외거래를 하면서 생긴 손바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래들과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는 물량은 '도매 거래'와 같아서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이 물량이 단기 조정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레이스케일發 단기 조정도 안 끝나"

그레이스케일발 단기 조정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코인거래소 코빗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조정세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라면서도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의 물량 상당수를 파산한 업체들이 갖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미국 가상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세계 최대 코인거래소였던 FTX가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상당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FTX의 매도는 거래소가 저렴하게 구매했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이 비트코인 현물 가격과 동일해진 것에 배경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에릭 발추나스 등 많은 전문가들이 그레이스케일의 지갑에서 수만 개의 비트코인이 유출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존의 GBTC는 의무 보유기간이 있어 현금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GBTC가 ETF로 전환되자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그레이스케일 ETF의 수수료가 1.5%로, 다른 상품의 수수료(0.2~0.3%)보다 높은 편이라 상품을 갈아타기 위한 매도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국내 코인분석기업 쟁글의 정혜원 리서치연구원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펀드(GBTC) 물량 매도 외에도 그동안 가격 상승이 매우 가팔랐기 때문에 차익 실현세가 나타나면서 시장 전반에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시장이 출회될 GBTC 물량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나 수익 하락을 방지하고자 차익 실현에 따른 매도세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단기간에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석문 센터장은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의 매도 압박과 블랙록 등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의 매수 압박 중 어디가 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그동안 현금화하지 못했던 물량이 해소되고 나면, 상승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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