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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알맹이 빠진 공모펀드 상장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4 18:25

수정 2024.01.24 18:25

김경아 증권부 차장
김경아 증권부 차장
"수익률도 낮고 거래도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불편한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혜택 등 화끈한 당근이 필요하다."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진 공모펀드를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 벌써부터 업계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마저 공모펀드 상장 추진에 대해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개 저격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모펀드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ETF 대비 가입과 판매가 복잡한 데다 판매보수 역시 높아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을 통해 일반 공모펀드를 ETF처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연내 상장·매매를 추진한 뒤 자본시장법 개정을 거쳐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과 관련,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 시 거래 편리성을 제고하고, 비용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싸늘하다. 무엇보다 ETF가 대세인 펀드시장에서 이미 대형 운용사들에 한 차례 선수를 뺏긴 중소형 운용사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 실제로 규모가 큰 대형 펀드들만 상장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자칫 대형 운용사들의 잔치로 양극화만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애초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공급자(LP)를 갖추기로 한 점도 판매사인 증권사가 이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국민 재테크' 수단인 펀드 활성화를 위한 공모펀드 직상장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결국 실효성 없이 추진될 경우 투자자의 외면과 업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정부의 세제혜택과 더불어 회원사들의 이익과 애로를 반영하는 금투협도 적극적인 회원사들의 의견개진과 건의사항 등을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공모펀드 직상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모펀드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해 재도약의 길목에 서 있는 펀드시장에 모쪼록 이번 공모펀드 직상장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재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ka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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