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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00원을 먹었을까 [기자수첩]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5 15:23

수정 2024.01.25 15:23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공깃밥 추가가 2000원이 됐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공깃밥 1000원은 옛말이라는 말이 돈 지도 오래다. '공깃밥 2000원'은 대비해야 할 무시무시한 미래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현실이다.

이상한 일이다. 1000원에서 2000원, 수치상으로는 2배의 폭리를 취한 처사에도 이득을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고물가 시대에 손님이 이득을 봤을 리는 없다. 특히 외식물가는 직장인들에게 직격타를 날렸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6%로 근원인플레이션(3.1%)의 두 배에 가까웠다.

한 쪽이 부풀어 오르면 다른 부분이 쪼그라들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마저도 민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아니었다. 쪼그라든 것은 오히려 음식의 양이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연이어 등장하며 가격은 오르고 구성품은 줄어드는 '꼼수'도 성행했다. 비싼 값을 주든지, 같은 값에 적은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선택지였다.

손님들의 고통이 커진만큼 사장들의 사정이 나아졌는 지도 의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까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70% 이상은 '나홀로 사장'이다. 2022년 통계 추이로 보면 '나홀로 사장'이 3만명 늘어나는 동안 종업원 수는 6만명 줄었다. 사실상 추가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비용 증대 속에서 홀로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자영업의 실상이다.

제 3지대에 서 있는 건물주를 탓하기도 어렵다. 상가 임대시장은 여전히 침체의 터널 속에 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소규모·집합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격과 연관된 모두가 서로를 이유로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모두가 어려움만을 호소할 뿐 이득을 본 사람은 없다. 손님은 소비를 줄이고, 사장은 고용을 줄이고, 땅 주인은 투자를 줄이는 중이다. 올라간 공깃밥 가격 1000원은 누구에게 향했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정부는 쪼그라든 경기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을 올해의 과제로 삼았다.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77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하고 재정의 65%에 해당하는 165조원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한다.
정부가 감당하는 부담만큼 먹고 성장한 사회가 나타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때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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