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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왔다" SK하이닉스, HBM 설비투자 2배 늘린다..5세대 상반기 공급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5 17:22

수정 2024.01.26 08:08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HBM 시장 점유율 전망
(단위 : %)
연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2022 40 50 10
2023 46~49 46~49 4~6
2024 47~49 47~49 3~5
(자료 : 트렌드포스)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4분기 깜짝 흑자전환을 이끈 고대역폭메모리(HBM) 설비투자를 올해 2배 확대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에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고객사의 HBM 주문이 밀려들자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부가가치가 높은 HBM 물량을 추가 수주하는 동시에 제품을 적기에 공급해 고객사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차세대 HBM 제품의 차질없는 개발 및 양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경쟁사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배 늘릴 계획이다. 정보기술(IT)·가전에 전방위 탑재되고 있는 AI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대세가 된 만큼 AI 서버에 필수 탑재되는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D램·낸드플래시 감산 및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D램 생산은 확대하려는 것이다. 고성능 D램은 지난해 4·4분기 SK하이닉스의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개별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HBM은 일반 D램보다 가격이 3~5배 비싸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가 연평균 6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생산라인은 충북 청주 M15 공장의 유휴공간을 전환해 마련한다. 구형 D램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 우시 공장은 첨단 D램 생산기지로 탈바꿈한다. 1a 나노미터(4세대 10나노급 D램) 공정으로 전환해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제품 등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예외적으로 장비 반입을 허용하는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지정됐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한 공정은 국내에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해서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를 위해서 투자할 계획"이라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서 과거처럼 투자 증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HBM 제품은 로드맵대로 고객사에 차질없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HBM 5세대 제품인 HBM3E는 상반기 중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에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여러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제품)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기존 LPDDR5X 기반 모듈 솔루션)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연내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D램은 올해 상반기, 낸드는 하반기 중 재고 정상화를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재고 정상화 시점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 공급 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려는 제품은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성능·고용량의 DDR5, LPDDR5,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이라면서 "올해 메모리 업황은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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