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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달빛철도 끝내 통과, 더 큰 문제는 나쁜 선례 남긴 것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5 18:29

수정 2024.01.25 18:29

경제성 안 따지고 지역 눈치만 봐
거대 철도 프로젝트 잇따라 발표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계획. /그래픽=연합뉴스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계획. /그래픽=연합뉴스
대표적인 예산낭비로 지적됐던 '달빛철도' 건설사업 특별법이 25일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는 영호남 간 지역 화합과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운 사업이지만 경제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달빛철도 특별법엔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으며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같이 기업과 민생에 절실한 법안은 온갖 트집을 잡고 미루면서도 생색내기 좋은 선심 법안에만 여야가 똘똘 뭉친 것이다. 나라곳간은 안중에도 없이 선심만 쓰려는 정치권의 민낯이다.

달빛철도는 총연장 198.8㎞로 6개 광역 지자체와 10개 기초 지자체를 경유한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9조원에 이르는 혈세가 투입되는 거대사업이다. 개통되면 광주부터 대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효과를 위해 천문학적 세금을 들이는 것은 경제성을 아예 도외시한 것이다.

현재 있는 고속도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다. 대구와 광주를 연결한 88고속도로 이용률은 전국 고속도로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국토부가 앞서 실시했던 달빛철도 사전타당성 조사에선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기준치(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83이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예산낭비를 지적하며 건설을 반대했지만 국회는 무시했다. 지역민 눈치와 표 앞에 여야 모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달빛철도는 국가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철도 포퓰리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추진된 국가 철도 건설사업 중 특정 노선에 예비타탕성 조사를 면제해준 적이 없다. 특별법 제정으로 면제한 달빛철도는 그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달빛철도가 선례를 남기는 점이 더 문제다. 향후 비슷한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울경 주요 거점을 지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특별법은 이미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의 경우 비용 추계는 없고, 예타 면제 내용은 있다. 제2, 제3의 달빛철도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 입법, 포퓰리즘 정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여야 가릴 것도 없다. 야당은 수도권 전철 지상구간의 지하화를 총선 공약으로 낼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표심을 노린 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야당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지상철과 경의중앙선 등 모든 철도 지상구간의 지하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역주민들 생활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이지만 막대한 재원조달 방법에 대해선 답이 없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만 따지다 선거 후 받게 될 비용 청구서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우리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리막길에 접어든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재정이 정치권의 욕심으로 더 이상 탕진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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