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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대만, 8석이 좌우할 대만 국회의장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7 06:00

수정 2024.01.27 06:00

집권당과 제1야당의 대결 속에 3당 민중당의 캐스팅보트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 집권 민진당 당사 앞에 선거 결과에 기뼈하는 지지자들. 로이터뉴스1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 집권 민진당 당사 앞에 선거 결과에 기뼈하는 지지자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어느 당도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를 못한 상황에서, 입법원(국회) 개원을 앞두고, 결정권을 쥔 제3당 민중당의 표심을 확보하는 일이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당장 전체 의석 113석 가운데 과반인 57석을 넘기 위해서는 민중당의 표가 절실하다.

지난 1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민진당 51석, 제1 야당 국민당 52석, 민중당 8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오는 1일 개원과 함께 열리는 입법원장 선거에서는 민중당의 8표가 향배를 결정한다.

집권 민진당은 유시쿤 현 입법원장과 차이치창 현 입법원 부원장을 각각 원장·부원장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국민당은 비례대표로 입법위원에 당선된 한궈위를 내세웠다. 한 위원은 2020년 국민당 대선 후보로 차이잉원 현 총통과 경합했던 대표적인 친중주의자로 지명도 높은 국민당의 간판 인물이다.

총통 선거에서는 졌지만, 총선에서 기세를 올린 국민당은 입법원장 자리를 거점으로 의회 주도권을 더 확실히 하겠다는 자세다. 반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민진당은 입법원장 사수 입장을 세우면서 경쟁은 더 가열되고 있다.

게다가 민진당은 정식 국교가 없는 미국 등과의 관계에서 의원외교를 생명선처럼 활용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입법원장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 더군다나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과 미중 사이의 외교정책 등과 관련, 민진당과 국민당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련 입법 등과 관련,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입법원장 자리의 무게가 더 커졌다.

실제로 민진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아픈 경험도 있다. 앞서 2000~2008년 집권한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당 주도 의회가 민진당 정부의 미국산 첨단 무기 수입 등에 제동을 걸어 외교안보 정책에서 민진당에 타격을 줬다.

국민당은 지난해 총통 선거 유세과정에서 한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민중당이 자신들을 지지해주길 원하고 있다.

커원저 등 민중당 주류는 대중국 정책이나 무역 등과의 현안에서는 국민당과 더 유사하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총통 선거에서도 예상외의 높은 지지율(26.46%)을 받은 민중당은 이런 구애에 선을 그으며 몸값 올리기에 나서며 좌고우면중이다. 게다가 한궈위 위원은 지나치게 두드러진 '친중' 정체성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민중당은 민진당 입법원장에 국민당 입법부원장의 조합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새 나오고 있다. 또 민진당의 경우, 국회부의장 자리를 줄 테니 도와달라며 민중당에 매달리고 있다.

민중당은 청년층을 기반으로 고물가와 성장 둔화 속에서 민생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민중당은 양당의 대결 속에, 사안별로 입법 주도권을 행사, 존재감을 키워나가며 '차기 집권당'으로 입지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앞으로 집권 민진당 정부를 배제하고 의회 다수를 차지한 친중 성향 국민당 및 민중당 및 무소속 입법위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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